8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 쉽게 읽히는 소설인 것은 분명하나 어디선가 만나본 것 같은 주인공들은 쉽게 흩어지지 않고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페르소나를 위하여'와 '생태 교란종'과 같이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는 평소 이런 내용에 무딘 나조차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였다는 것이 아쉬웠다.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설정이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끈기있게 여럿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할텐데, 그런 수고로움을 감당할 것인가는 독자 개개인의 선택이며, 그 선택을 이끌어 내는 건 작가님의 역량일 것이다.한 작품 한 작품 결말을 맺을 때마다 계속해서 다른 결말을 상상하게 됐다. 특히 '야생의 사고'의 결말이 그랬는데(스포일러가 되는 것은 싫어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주인공이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결국 주인공의 선택에는 먼지 한톨만큼의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