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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불신 - 기부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이보인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5월
평점 :
채널을 돌리다보면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 기부단체가 시청자들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파리가 아이의 눈에 붙어있지만 깡마른 아이는 힘없이 팔을 떨구고만 있을 뿐 파리 한 마리 쫓아낼 힘도 없어보이는 그런 슬픈 장면을 계속 송출한다.
기부불신, 나 역시 기부불신 때문에 기부를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해외아동 후원을 해본 적이 있다. 자동으로 매칭되는 아동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이 아이가 잘 자라기만을 바랐었다. 우리가 납부하는 '2만원'의 기부금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가 그 아이에게 갈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해외아동연계 후원의 경우 아이에게 바로 기부금이 가지 않고, 아이가 소속된 지역사회나 학교, 종교시설 등에 돌아간다고 한다. 저자 역시 해외아동 후원 기부금이 전부 그 아이에게 가지 않는 것을 알고 기부를 중단한 경험을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 세계에서만 알고 있는 내밀한 진실을 알게 되는데, 이런 사실들을 읽으면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몇몇 일들이 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르면 기부단체는 기부금의 15% 이내를 모집, 관리, 운영 등에 쓸 수 있다. 그러나 기부단체의 정기기부금은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기기부금은 모금된 기부금이 아니라 회원들의 '회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왜 그렇게 기부단체들이 정기후원을 권면하는지 깨달았다.
좋은 일하는데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봐야하는가 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일을 하기 때문에 선의로 모인 돈을 잘 써야하지 않겠는가. 인건비 측면도 그렇다. 좋은 일하는데 사람의 수고가 들어가고 그 수고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만 한다.
그러나 좋은 일을 한다고 사업비용에 녹여서 감춰버리면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인건비는 매해 제자리 걸음일 것이다.(좋은 일도 제대로된 값을 받고 하면 어떨까?)
운영비에 대한 선공개와 분리 기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기부금은 퉁쳐져서 각종 사업비용으로 지출되고 말 것이다. 명확한 목적을 가진 기부만이 도움을 받는 사람들, 사업들을 명확하게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의심은 우리를 떨게 만들고, 불신은 기부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필연적으로 기부사업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의 최종결과를 공유하여 더 나은 방향을 찾아나가야 한다. 기부단체가 있는 것은 이런 일들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함이다. 전문성에는 여러 자격이 요구된다.
기부단체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보공개.
모인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도왔는지까지 공개해야만이 이런저런 말이 많은 기부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돈을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설명은 거의 하지 않은 채 ‘좋은 일에 쓰니 걱정 말고 기부하세요.‘라 말하는 수준이다. 투명하고 불투명하고를 떠나 아예 내용 자체가 없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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