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어쨌든 물질이고 그러므로 잠재적 도구이다. 책으로 뭔가를 받치거나 흔들거리지 못하게 하거나 창문 틈을 벌릴 수도 있다. 책을포도주잔 받침으로 사용하거나 정신 분석요법에서처럼 머리 위에 얹고 균형 잡는 훈련을 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선물받은 책을 반드시 읽을 필요가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책을 선물하는 것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지 강요하는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평생 읽는 책의 분량과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책의분량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 우리가 소장하는책의 분량만큼, 딱 그만큼의 텍스트가 우리의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마련하는모든 새 책은 그 책들이 우리의 책장을 차지하는 공간만큼 우리의 독서 생활을 차지한다.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맞은 책을 고르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의 물성物性 또한 그 책이 전달하는 내용의 일부라고 느낀다.
책공예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텍스트에 대한존중의 표시인 듯 보인다. 외관을 통해 품위를강조하는 것이다. 텍스트를 특별하게 여기고존중한다는 표시 없이 알몸으로 세상에 내놓고싶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