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나는 언제나 누나가 만나는 남자들에게 연민 같은 것을 느꼈다. 일면식이 있기 전부터 암묵적인 이해가, 누나의 기분과 기질에 대한 위로의 끄덕임 같은 것이 있다고 할까.
- p.3962020.10.9 우리는 거의 매일 밤 그곳에 나가 앉아 있곤 했다. 해는 숲가로 떨어졌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어둠 속에서 아련해져갔다. 우리는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웃고 떠들면서, 길가 저 아래서 아버지의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보이기만을 기다렸고, 그 불빛이 보이면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을, 우리가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두려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되어, 마음을 놓곤 했다.
- p.4012020.10.9 어머니와 내가 지나고 있던, 침묵으로 가득찬 그와 같은 순간들이 그집에서 보낸 나의 전 생애였다. 내게 줄곧 어머니는 근본적으로 슬픈여인이었다.
- p.4312020.10.9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기쁨처럼 보였다. 그 불빛, 자동차,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안다는 그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