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언어와 문화 교류의 환경이 바뀐상황에서도 이것이 유효할까? 그 답으로 이런예는 어떨까? 과학을 포함한 문화의 모든 부분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그것은 새로운 언어, 새로운 개념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언어나 개념, 또 그 발전 과정을 우리 언어로 번역한다는것은 물론 외래어의 범람을 막는다는 면에서도중요하고 또 외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발전 과정을 우리 언어로 재구성해보고 소화해내면서 현재 우리가 가진 것과 연결해나간다는면에서도 중요하다. 근대에 우리에게 쏟아져들어온 서양문물을 표현하는 언어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본어의 한자어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었다는 것은 신창순의 『국어근대
표기법의 전개」(태학사, 2007)나 최근 발간된 이한섭의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고려대학교출판부, 2014)이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일본이 긴 기간에 걸친 그들 나름의 힘겨운 번역 과정을 통해 ‘사회‘ ‘개인‘ ‘자유‘ ‘권리‘ 등의 말을얻어냈다는 사실은 야나부 아키라의 『번역어의성립』(마음산책, 2011)이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일본에서 수입된 언어를 중간에 놓지않고 기왕에 우리말에 외래어처럼 자리잡은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이제부터라도 직접우리 언어로 외국어를 번역해내겠다고 노력한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사실 외국문학에서도 일본어 중역을 벗어난 것이 그리 오래되지않은 일 아닌가.
그러나 외국의 문화나 사회의 새로운 언어와개념을 번역해내는 것이 단순히 거기에 딱 맞는 우리말을 발견해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현실이나 역사에, 또는 아직 우리 사고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어색하고 낯설고 생경한 면을 통해 우리의 현실 속에 어떤 것이 없음을 알려주고, 또 바깥에서 온 언어가 우리의현실과 어딘가 어긋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번역의 역할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번역의 언어가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면 그것은 단지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의변화가 언어를 감당해낼 만한 상황에 이르렀기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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