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의미는 텍스트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상호작용 가운데 동적으로 형성되어 나아가는 것이고, 그나마도 끊임없이 흔들린다. 번역가가 이런 의미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번역 과정에서 두 언어의 차이를 고려하는 과제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말할 필요도 없다. 원문의 표현 또한 그 의미의 원형을 아슬아슬하게 순간적으로 고정시켜놓은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불필요한 부자연스러움을 자랑할 수야 없지만, 번역가가 원문 텍스트의 의미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이 목표 언어의 규범적 표현법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면, 또는 그렇게 할 경우 손실이 너무 크다면, 그때 나타나는 일탈적 표현들은 오히려 목표 언어의 표현력을 확대하는 부분으로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번역가의 작업을 완성시키는 것은 여러 개의 언어를 통합하여 하나의 진정한 언어를 형성하려는 위대한 모티프이다." (발터 베냐민, 번역가의 과제」『언어 일반과 인간의 언어에 대하여 번역가의 과제 외』, 길, 2008)
어쨌든 베냐민의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면 번역가의 과제는 완전한 ‘번역‘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언어‘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출발언어의 불완전성을 인식하면번역가가 그 언어를 읽어나가며 의미를 적극적으로 형성해가는 입장에 설 수 있고, 그와 함께출발과 도착이라는 표현이 전제하는 일방통행성과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언어의불완전성이라는 말 자체가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언어로 완전하게 표현될 수 없다는 뜻을 포함하며, 번역은 양 언어의 통합을 통해 완전한언어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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