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배짱으로 무슨 믿음으로 우리는 결혼을 택하고 아이를 원했을까.
그냥 이사람이랑 살아도 되겠다는 막연한 확신과 이쯤이면 아이도 하나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여 지내다보니 생긴 아이가 몇일 뒤면 34개월이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우리 손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작은 생명체가 이제는 자기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하며 외출 준비를 한다.
아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고 육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맥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나는 잘하고 있을까?
시도때도 없이 일어나 울어 사람의 피를 말린다.
어지르고 어지르고 또 어지르면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선택한 임신과 출산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생각도 하지 말걸 후회를 시작하는 순간 아이의 웃는 얼굴, 옹알이 소리, 꿈틀대는 손짓발짓에 내 마음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변한다.
널뛰는 내 감정을 절제하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잘' 가르쳐야 하고 다양한 놀이와 경험을 통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보듬어야 한다.
나는 잘하고 있을까?
끝없는 육아에 시달리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잘하고 잘했고 괜찮을 겁니다'라는 책을 접해 읽었다.
내가 지나온 시간 마주할 시간에 대한 글들이 차분하고 다정하게 적혀있다.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았다. 마음이 뭉클했다.
배울 것은 배우고 스스로 잘했다는 칭찬을 할 수 있을 때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