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원

할머니가 나를 흘겨봤다. 무섭지 않았다. 생경했다. 이전에는 그녀가 나를 그렇게 쳐다보면 마음이 조여오곤 했으니까. 할머니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는 건지, 미워하는 건지, 아니면 질투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부디 제발 벗어나고 싶어하는 건지.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그녀가 온종일 일했기 때문에,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다녔기 때문에, 내게 윽박지르고 몰아붙였기 때문에, 때리고 실망하고, "유지해"라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이 동네를 떠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게 되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밥값을 하게 되었다. 박윤보와 같은 남자들을 만나고 얼마든지 그들을 떠나고 다시 만나고 잊었다. 그런 사람으로 자랐다. 나만은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살게 되었다. 살고 있다. 그래. 정말로 안다. 사실 박윤보는 나의 인생, 나의 삶, 나의 미래를 자신의 무엇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래서 나의 웃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었던 거라는 것.

"야."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응."
"진짜야."
"뭐가."
"나는 지금껏 낮잠이라는 걸 자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나는 웃었다. 할머니가 인상을 찌뿌렸다.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차를 빠르게 몰았다.

하지만, 왜, 어째서.

그 무책임한 남자를 미워하는 것이, 이 미련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보다 힘든 것일까.

왜 나는 항상 이 여자 때문에 미칠 것 같은가.

왜 그때 그 마음이 잊혀지지 않는가.

지금까지도.

계속.

가원은 여자의 호로 쓰이는 이름이다.

나는 대답했다.

"응, 알아. 우리 할머니는 그런 사람이지."

다 옛날 일이다. 모두.

그치?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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