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파이어 -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
존 오리어리 지음, 백지선 옮김 / 갤리온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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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유명한 책들을 보면 한 번 쯤 읽어보고 싶어진다.
뭐 어떻길래 그렇게 인기가 많아? 하는 마음이랄까.
이 책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읽었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완전히 수긍할 수 있었다.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다고.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주어지냐고.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이런 생각.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들은 조용히 구석에 집어넣게 된다.

저자인 존 오리어리는 어린 시절 찰나의 실수로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그의 생존 가능성은 0%.
괜찮다고 위로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엄마 마저
"존, 이대로 죽는게 낫겠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래도 돼" 라고 말한다.
극도로 절망적인 상황,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그런 상황을 극복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

뒷 표지에는 책의 첫 장에서 내가 가장 충격 받았던 문구가 적혀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지금의 삶을 선택하겠습니다."

늘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어떻게 같은 선택을 한다고 할 수 있지? 그것도 그렇게 끔찍한 사고를 겪었는데 말이다.

분명 우리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p.31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였다.
당시 저자가 저지른 불장난은 분명 자신의 선택이었고,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집에는 동생과 나 둘 뿐이었고, 동생은 다른 방에 있었다. 
나는 엄마가 늘 하던 불 마스카라를 해보겠다며 이쑤시개에 불을 붙였다.
처음으로 혼자 불을 붙여본 것이다.
작고 얇은 이쑤시개 위에 붙은 불꽃은 생각 보다 컸고, 무서웠다.
불길이 손까지 닿을까봐 눈 앞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냉큼 던져버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불을 끄지 않은 채로 던졌다는 것과 그 쓰레기통이 비닐봉지였다는 것.
불길은 빠르게 번졌고, 당황한 나는 빠르게 동생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고,
함께 열심히 불을 끄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불행히 집은 잿더미가 됐다.
그 여파로 우리는 그 집을 떠나게 됐고, 한동안 할머니댁에서 머물렀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어린 마음에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리고 당시 같이 있던 동생은 아직도 집안의 불 사용에 예민하다.
내가 아니라 동생에게 트라우마가 생긴 모양이다. 그래서 더 미안했고,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저자는 그보다 훨씬 더 끔찍한 상황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에는 그가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과정이 담겨 있다.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도 좋았고, 자기계발서 특유의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용도 생각보다 재미있어 다른 책 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마음가짐'에 대해 도움이 될 만한 문장들이 나올 때마다 책 끝을 접어 두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난 뒤 살펴보니 중간 지점이 가장 많이 접혀 있었다. 나는 유독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다짐하지만, 그게 참 쉼지 않다.
두 달 전쯤, 비슷한 일을 자주 겪는 랄츄와 함께 팟캐 녹음을 해본 적이 있다.
'파괴'라는 주제 우리의 남다른 불행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도 말했지만, 비슷하게 나쁜 일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이 굉장히 침체된다.
중도생략하고 지금의 나는 그런 자잘한 불행들은 통달한 상태다.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정말 인생이 나쁘게만 느껴진다.
그러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긍정적인 척 할 때도 있지만..
아무튼 좋은 일에 집중하면 좋은 일이 늘어난다는 건, 물질적 근거는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느 정도 공감 가는 말.

책의 마지막 장에는 저자가 말해왔던 인물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잭 벅'이라는 사람을 통해 가장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저자 못지 않게 대단한 사람이다.

멋진 엔딩 크레딧 같은 사진들을 보며 책을 덮었다.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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