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마크 월린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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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인문학 도서! 그것도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심리학과도 관련이 깊은 책이다.「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는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트라우마의 대물림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트라우마"에 대한 기존의 내 생각은 '일반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큰 사건을 겪은 사람들에게서만 간간히 보여지는 정신적인 해'정도 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뒤, 트라우마에 대한 정의를 보다 심층적으로 바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트라우마란 당사자가 반드시 어떠한 사건을 겪어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혈연으로 엮인 누군가의 트라우마가 DNA를 통해 흘러 들어와 어떠한 사건도 겪지 않은 나에게 작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며, 심리학적으로도 저명한 치료법으로 사되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 수 없는 불안함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이 그 불안의 원인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다.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그 원인을 트라우마의 대물림 현상,즉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다보면 느낄 수 있다. 

트라우마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것을, 내가 평소에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작은 불안감들도 어쩌면 세대 간 트라우마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 함께 읽어보기 > 


이 책은 일반적인 심리학 책과는 조금 다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저자와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1부에서는 트라우마의 유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2부로 넘어가면서 부터 본격적인 심리상담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심지어 쓰기 과제를 내주기도 한다. 저자의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쓰기 과제도 하나하나 성실히 임하면서 읽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나아가 3부에서는 2부에서 다뤘던 나의 핵심불평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알려준다. 결과적으로 한 권의 책을 통해 심리치료를 받은 셈이다. 책의 내용을 모두 다루기는 힘들지만, 목차를 나눠 간략하게 내가 경험했던 트라우마 치료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부 가족 트라우마의 그물망

 

1장은 트라우마에 대해, 그리고 가족에 의해 이어지는 트라우마의 연결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실제 상담사 활동을 하며 봐왔던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가족 트라우마에 대해 설명한다. 더불어 다양한 연구결과를 함께 제시하며 주장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주장과 사례와 근거, 세 가지 논법의 적절한 조화 아래서 독자는 가족 트라우마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장에서 배웠던 여러 이론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3대가 동일한 생물학적 환경을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보통 유전이 일어나는 범위는 바로 윗 세대인 어머니·아버지까지 라고만 생각했던 기존의 통념이 바뀌게 되었다. 최초의 생물학적 형태, 즉 미수정란 상태에서 우리는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분자 환경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외할머니가 어머니를 임신한 지 5개월 째가 되면 태아인 어머니의 난소에 훗날 우리로 발전할 난자의 전구세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p.53)

 그렇기 때문에 3대를 넘어서, 훨씬 더 윗 세대 가족의 트라우마까지 우리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니, 이제 더 이상 가족 트라우마의 그물망에 대한 의심은 있을 필요가 없다.

 "받지 못한 것은 줄 수 있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2부 핵심언어지도

앞서 말했듯이 2장에서는 본격적인 심리상담이 시작된다. 핵심 불평, 핵심 묘사어, 핵심 문장, 핵심 트라우마 순으로 저자의 지도에 따라 독자는 점점 자신의 핵심 트라우마에 가까워지게 된다. 트라우마를 찾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의 걱정과 괴로움을 필터 없이 털어놓은 뒤, 사용했던 단어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어가 던져주는 실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두려움의 근원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언어"를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꽤 많은 과제를 내주기도 한다. 쓰기 노트를 준비하고,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에 솔직하게 응답해야한다. 개인사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나 역시 멈칫하는 순간이 많았었다. 명심해야할 것은, "솔직함" 만이 진정한 내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쓰기 과제에 성실히 임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의 핵심 불평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제는 한층 더 나아가 핵심 묘사어 그리고 핵심 문장을 찾아보는 것이다. 특히 핵심 문장은 내면의 감옥을 벗어나 이해와 해결의 세계로 가도록 이끌어주는 힘이 있다.(p.180)
핵심 문장을 이루는 단어는 최적의 단어를 말했을 때 육체적인 반응, 주로 불안한 느낌이나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p.185)

"묻어둔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3부 연결하고 화해하기

 

3부에서는 1,2부에서 다뤘던 트라우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이른바 치료과정이다. 가족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해하기"이다. 자신이 가족사의 연장선에서 받고 있는 피해를 인지하고, 트라우마의 시발점이었던 가족의 상황을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대물림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치유의 문장"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이 책은 가족 트라우마와 더불어 어머니와의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내내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역시 어머니와의 관계가 삶의 토대라고 말할 정도로 어머니와의 "유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머니와의 유대에서 심각한 단절을 경험한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에는 치유하지 못한 채 남은 강렬한 갈망과 불안, 좌절감이 담겨 있다고 한다.(p.255)

 과거의 아픔을 끌어 안고 사는 사람은 인간관계, 연인관계 그리고 사회적 성공까지도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책은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아픔을 마주볼 수 있게 해주고, 그 아픔의 근원을 찾아주기도 하며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족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다. 또한 두려움을 뛰어넘은 내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려움은 결코 두려워할 만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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