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지식이라 부르지만 즐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누리고 싶은 마음에 비해 지식이 부족한 까닭도 있지만 실상은 약간의 머뭇거림 때문이기도 하다. 관심은 가지만 관련 영역이 너무 거대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미술은 아마도 그런 영역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조금 해볼 만하다 느끼는 것은 중세미술이다. 현대미술에 비해 친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연구된 자료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접근하기도 쉽다. 문제는 양이다. 쌓여온 자료들이 많다.때문에 이 책의 두께를 본 독자들은 역시,라고 할 것이다. 사백 쪽이 넘는 책에 담긴 내용을 아직 접하지 않고도 벌써 기가 죽는다. 시리즈에 속하는 다른 책에 비해 얇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 하나 싶다. 다행인 것이 있다면 사진과 그림 자료가 많다는 점이다.책이 설명하려는 영역은 예술이다. 따라서 활자와 그림이 적절히 배치되야만 한다. 이러한 책의 구성은 읽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책 역시 독자들을 중세의 순례자처럼 대하는 묘기를 부린다. 책을 펼치는 동안은 길을 걸으면서 중세를 아름답게 꾸몄던 수많은 성당과 수도원들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는다.이 책의 이점이 있다면 두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우선은 중세에 대한 막연한 감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암흑의 시기로 분류된다 여겼던 서양의 중세에도 사람들의 예술혼과 삶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약간의 이해심일 뿐이다. 우리는 탈종교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다. 즉 당대의 세계가 이해한 아름다움을 알아보려면 과거의 눈에 적응해야 한다.두 번째로는 중세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라 말할 수 있다. 미술사는 예술과 역사의 만남이다. 얼핏 보면 두 영역을 다 공부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에 중압감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도리어 그러한 예술이 피어날 수 있었던 맥락이 역사적 배경으로 같이 등장하므로 읽는 이의 이해도가 높아진다.첨언을 하자면, 독자들은 덕분에 중세미술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얼핏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뒷부분에서 짧게 설명되고 있지만, 중세 문화가 시간적으로 멀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문화적 동질감 덕분에 독자들은 이다음의 미술 공부를 진행할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https://brunch.co.kr/@enormous-hat/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