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 - 고대 중동의 삶, 역사, 문화를 통해 본 복음서
케네스 E. 베일리 지음, 박규태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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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분명 이 책이 새로운 관점을 소개해줄 거라 생각할 것이다. 당연히 우리가 놓치고 있던 관점을 새롭게 제시해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그러하듯이 예상하던 그런 책은 아니다. 단순히 새로운 성경해석과 해석론을 나열한 책이라기보다 설명문이나 이야기책에 가깝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쓴 저자에 따르면 성경은 문학적 수사가 담긴 한 편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분명 성경은 역사성을 갖춘 기록물이지만 저자의 의도와 성경이 쓰인 문화적 한계 내에서 편집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니 이러한 성경의 특성을 저자가 충실히 반영하려 했다면 분명 잘 쓰인 책임이 틀림없다. 

간단히 말하면이 책은 중동의 예수를 보도록 독자를 이끈다. 조금 더 신중히 표현하자면, 2000년 전의 중동을 조심스레 그려낸다. 따라서 '중동의 눈'이란 2000년 전 성육신하신 예수를 보는 '2000년 전의 눈'이다. 예수께서 태어나신 순간부터 죽으시기 전까지의 내러티브가 모두 중동이라는 무대 위에 있다는 사실을 저자가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주다보니, 책을 덮을 때즘엔 '중동의 반쯤 잠긴 눈' 정도는 뜬 것 같은 뿌듯함이 든다. 하지만 '반쯤 졸린 눈'이 되어서 중동의 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위험성을 발휘해 만약 '지금의 중동의 눈'으로라도 예수를 본다면 아주 심각한 왜곡을 허용하게 될 것이다. 만약 필자와 같이 신학에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눈만 충실히 따라가도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 


[책의 특징] 

말에는 뉘앙스가 있고 글에는 문맥이 있고 대화에는 상황이 있듯이 저자는 성경을 특별히, 예수의 탄생부터 그의 행적이 담긴 사복음서를 재탐사한다. 우선 전문가들이나 알 법한 글에 나타난 특징들, 대표적으로 수사적 장치에 저작의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전제를 제시하며 독자를 익숙치 않은 중동의 세계로 친절하게 이끈다. 그리고 현지에서 오래 살아 온 사람만이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는 단어와 상황에 주목하면서 중동인이었던 예수의 말과 행동의 의도를 신빙성 있게 풀어내준다. 

어려울 수도 있는 신학적, 윤리적인 부분까지도 이야기처럼 풀어가는 저자의 능력 덕분에 가독성이 높은 책임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새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600면을 훌쩍 넘는 분량의 책을 읽기란 여간 피로한게 아니다. 그럼에도 책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의지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넘어 '예수가 진정 누구이신가'라는 갈급한 질문으로 발현됨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읽은 독자들은 먼저, 자신의 눈이 어두웠음을 알게 되고, 두 번째로 그 이유가 의심의 안개가 아니라 모호의 구름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쉬움과 고민] 

읽으면서 아쉬웠다. 신학적 배경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접하는 성경의 장면을 새롭게 조명하는 저자의 시도가 더 다채롭고 분명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거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기에 목회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다. 성도들보다 더 민감하게 책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훈련된 눈'이 본다면 더 많은 보물을 캐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결국 모든 성도들에게 읽힐만한 책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밭에 감추인 보화를 캐낼 만한 용기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책을 읽는 도중에 성경을 천천히 정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대를 성급히 읽어내기 전에 다시 '예수의 눈'으로 그 시절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왜 1세기의 문화를 읽어내려고 시도하지 않았는지 절로 고개가 저어지며 고민을 하게 된다. 어느정도 성숙해진 사람은 관계를 이어갈 때 상대방이 살아 온 배경을 살펴보려 하고 책을 볼 땐 쓰인 배경을 찾아보곤 한다. 그러나 성경에 관하여는 개인적인 독서습관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장점] 

기존의 생각을 뒤엎는 관점만이 아니라 기존의 신앙을 보강해주는 더 선명한 관점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우리가 신앙체계 내에서 이미 어느정도 받아들인 진리가 저자가 그려낸 시대적 맥락 속에서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만약 온전히 새로운 답을 찾으려고 책을 열었다면 실망할 것이다. 진리는 변하지 않고 그곳에서 빛나고 있고 도리어 구름이 걷힌 하늘의 태양처럼 더 분명하게 빛을 발한다. 저자의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성경의 주장들에 다시금 설득당하고 설복당하는 경험을 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분명한 한 가지는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이 제시한 성경해석이 아무리 개연성이 있다한들 잠시 동안만 최종성을 가진다고 본다. 다시 말해 언제나 예수님의 뜻을 따르려 애쓰는 과정이 우리 삶을 관통해야하고 그 과정 중에 성경해석을 늘 바로잡고 고치려는 고민이 존재해야 함을 이 책은 기억하게 한다. 우리의 삶이 여기가 끝이 아님을, 여전히 거울을 보는듯 하지만 예수께서 보이신 성육신과 대속을 풍성히 풀어내는 저자를 통해 예수께서 말씀하신 약속들을 다시 고대하게 한다. 결국 익숙한 것들 사이에 예상치 못한 빛을 발하는 보석들을 발견한다. 보석을 찾아내려면 바닥에 엎드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무심코 내비치는 듯 하다. 저자가 풀어내는, 끊임없이 흐르는 신약성경의 이야기가 잊혀졌던 소망의 빛이 다시 비취도록 돕는다. 


[추측해 본 저자의 의도] 

'중동의 눈으로 예수를 본다' 에 담긴 의미는 우리가 그 분을 찾으러 간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우리를 찾아오셨음을 기억하자는 제안이다. 즉 우리의 처지와 생각에 맞추어 예수의 말씀을 간단히 이해하고 쉽게 적용하려는 관행에서 벗어나자는 요청이다. 저자는 '예수'께서 우리의 처지와 생각에 맞추어 말씀하셨음을 일깨워 도리어 우리에게 예수를 맞추어내는 해석과 우리에게 맞추시는 사랑을 구분하도록 돕고 있다. 이는 '살아계셨던' 예수가 아니라 우리와 '사셨던' 예수를 보게한다. 

역으로 '현대'의 눈으로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부분을 과거의 눈으로 봄으로써 놀라운 통찰을 얻는다. 우리가 예수께서 전파하신 사상과 가르침에 모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본다. 예를 들어,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인권의 문제를 오래 전의 기록물이 다루고 있다면 읽기에 당연히 느껴진다. 그래서 이전에는 읽으면서도 쉽게 넘기거나 따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예수께서 보이신 삶에 놀라워하며 오히려 우리가 더 얻을 무언가가 없는지, 우리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를 돌이켜보아야 한다. 이것이 타당한 태도이고 겸손이다. 한 걸음 더,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정말 중요한 것이 메 앞에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시는 예수를 본다. 성경의 텍스트에서 인간적이시며 동시에 하나님이신 그 분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분이 역사적 존재로 그리고 실존하는 문제를 다루시는 분으로 다가온다. 


[책이 그려낸 예수의 모습] 

더 놀라운 사실은 인간을 대하시는 그 분의 태도이다. 한결 같이 사복음서의 모든 곳에서 낮은 자를 높이시고 억압에서 건지시고 모든 이에게 긍휼을 베푸신다. 

성육신하여 오신 하나님, 곧 예수께서는 인간의 삶으로 들어와 우리가 삶을 다른 자세로 바라보고 살아야함을 직접 보이시며 제시하신다. 그렇게 그 분은 자신의 성품이신 정의와 긍휼을 보이시며 '참 스승이자 참 인간이시고 참 하나님이시다' 라는 고백을 받아내신다. 스스로 구원할 자가 없다는 진리를 따뜻한 눈길에 담아 전하시는 예수의 너그러움을 마주하자 놀랍게도 구원을 받은 기쁨과 나를 구하신 구원자 앞에 다시 서 있는 경외가 필자를 덮었다. 

다시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하는 두께의 책이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접한 책의 내용을 떠올리면 두고두고 보며 익히고 싶은 책이다. 비록 필자의 배경적 한계 때문에 전문적 지식을 근거 삼아 책의 주제를 다 기억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예수께서 '성육신'과 '대속'으로 보이신 '긍휼을 베푸는 정의'와 '자기비움으로 드러낸 은혜'의 신학은 앞으로 이어갈 삶을 이끌어 갈 충분한 지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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