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그리스도인 - 세상을 밝힌 한국 기독교 저항사
강성호 지음 / 복있는사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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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관용어구라는 게 있다. 입에 익숙하거나 글을 쓸 때에 적합하다 느껴지는 단어의 합으로 그 의미가 명확할 만큼 진부할 수 있으나, 자주 사용되는 만큼 그 역할을 다한다. 우리에게 그렇다면 저항은 무엇과 어울릴까? 우리의 기억 속에서 무엇보다 저항은 최근의 촛불혁명을 기치로 하여 뒤로, 뒤로 이어진다고 여길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이하 개신교)는 어떠한가? 개신교는 어떠한 말과 어울리는가? 분명한 건 저항과 개신교를 두고 되물어볼수록 고개를 흔들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무언가에 저항했던 그리스도인들의 행적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아니 잠깐만, 그들이 과연 무엇에 저항했단 말인가? 솔직한 심정으로 믿기 어려운 내용이다. 보수 기독교 단체의 목소리가 현대 한국 기독교의 확성기가 되어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단순히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그 한계점까지 서술했다는 점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독자의 생각보다 의미 있는 책으로 여겨질 것임이 분명하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며 그러기에 인간에게 불의한 것은, 곧 하나님께 불의한 것이니 복종하지 않는다는 개신교의 기본 정신을 되살려 보자. 이를 토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라는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가 그러하였듯이 역사 속에서 저항했다. 불의한 일제의 탄압과 폭정에는 31운동과 신사참배 거부운동으로 저항했으며 부정선거의 현장과 여성인권이 짓밟히는 곳에서는 그들을 고발하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었다. 고문과 계엄, 강제 진압이라는 물리적 폭행 앞에서 시민들을 선도하고 그들 앞에 서는 용기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당신이 만약 이 책의 독자가 된다면 그리스도인이든지 비-그리스도인이든지 간에 놀랄만한 점을 하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소개함으로써 이 짧은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 놀라운 점은 본서가 주목하고 있는 성서의 주제다. 사람들에게 성서는 주로 위로부터 오는 권세에 굴복하라는 질서와 순종의 책이라고 여겨진다. 다시 말해 체제와 질서를 유지하는 친-권력형 종교로 쓰인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저항이라는 구심점에서 퍼져 나오는 동심원에서 많은 것을 찾아낸 역사가의 책을 지금 본다.

 

물론 한계점은 분명히 있다. 성서의 절대성을 부정하기 어려웠던 개신교인들, 특별히 문자주의적인 해석을 고수했던 이들은 그들의 행동을 그 문자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했다. 또한 자신의 사회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가부장제에 갇힌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문자와 시대에서 조국의 해방과 독립, 시민의 주인의식, 여성의 인권, 의로운 권력을 읽어냈다는 점은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안겨준다. 성서가 여전히 읽혀질 만하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가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석했던 시대상, 그리고 읽어냈던 성서를 현대의 개신교인들 혹은 비-개신교인들은 어떻게 읽어내고 있는가. 또한 우리의 시대상을 어떻게 해석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우리는 저항해야 할 것에 충분히 저항하고 있는가. 필자는 말머리에서 관용어구를 말한 바가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인이기에 저항하려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거기에 더해, 당신과 어울리는 단어는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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