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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국 외 - 2008년 제9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해토 / 2008년 8월
평점 :
스스로 선택하는 현대판 고려장
정년퇴직한 남자의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을 그린 소설이다. 남자는 아내의 죽음으로 사회와 자식으로부터 소외된다. 늙고 병들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깊은 자괴감과 무력감에 빠진다. 친구의 죽음으로 고향을 찾은 그는 그곳 요양원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아내에게 못 다한 것을 치매 걸린 여자동창에게 베풀면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다.
나에게는 노년의 자아성찰보다 자식에 대한 배신감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핵가족이 당연시 된 건 오래된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눈에 안 띄는 부모보다는 앞으로 잘 키워야할 아이들에게 먼저 손이 가는 건 당연지사. 받기만 했던 부모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 채긴 너무 벅찬 세상인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지금껏 잘 사셨으니 어떻게든 잘 살아내실 거라고 모르는 체 하는 걸까. 사업자금을 대 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때리거나 살해하지만 않았지 부모를 스스로 요양원으로 찾아가게 하는 것이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면 몰매 맞을까?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제 요양원은 더 이상 버림받는 사람들이 죽음을 대기하는 곳이 아니다. 제2의 삶인 것이다. 그곳에서는 또다른 의미의 젊음과 사랑과 질투가 있는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 어찌 보면 이러한 스스로의 고려장 과정은 우리 모두의 일일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을 아주 보편적인 일이 될 것이다. 경제적인 능력이 있든 없든 자식에게서 ‘분리’되어 스스로의 삶을 택하고 혈연가족이 아닌 제2의 가족, 친구들과 노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미래를 이렇게 제시한 것이다. ‘나’는 비록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여자 동창과 한 가족이 되면서 위안을 얻고 ‘행복’하게 영원한 낮잠을 자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게 될 ‘유토피아’라고 하면 너무 억지스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