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다는 것...

모래의 여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남자가 독백하는 형식인 이 작품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변해가고 또한 적응하게 되는 지 작가의 독특한 시각으로 묘사되었다.   

한번 들어가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모래구덩이 속 마을과 그 속에서 체념하고 살고 있는 여자는 어찌 보면 우리들 인간세상의 부조리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생존을 전제로 한 일상과 거기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매일 모래를 퍼 나르는 일을 기꺼이 해야 하는 우리의 삶.  

그러나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가 저절로 눈 앞에 펼쳐졌음에도 지금 현재 생활에 대한 익숙함과 일말의 미련 때문에 그 사다리를 잡지 못하는 몽매함. 과연 눈앞의 사다리와 우연히 만들게 된 유수장치 중 나는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