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이분법적 가치판단은 잠언 같은 규범적 지혜의 가장 중요한 근간입니다. 인과응보 사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생명이나 죽음, 질병과 회복이 별 차이 없는 것이라면 선을 추구해야 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선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선을 추구할 수는 없으니까요. 욥기는 잠언의 선악 개념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을 심는다고 해도 그 결과가 반드시 선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잠언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원리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닐 뿐, 욥기에서도 여전히 생명은 좋은 것이고 죽음은 나쁜 것이고, 질병은 안 좋고 치료는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전도자의 화살은 규범적 지혜의 핵심인 선악 개념 자체를 겨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