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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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와 루의 성장을 주로 다루면서 차별과 배척, 혐오와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자연스레 풀어내 쉽게 읽혔고 당당하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덕분에 금세 책에 빠져들었다. 구병모 작가님과 판타지 소설의 시너지 효과로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굉장히 아쉬웠다. 사회문제들을 책 속에 잘 녹여내서 구병모 작가님을 좋아하는데 신작, 버드 스트라이크에서도 작가님의 예리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고 날개를 가진 익인(翼人)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현실적인 문제들이 등장해서 놀라웠다. 본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루와 비오를 배척하는 모습이나 익인들에게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약탈하는 도시인들의 행위는 소설 속 이야기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씁쓸한 이야기였고 나는 나와 다른 모습이라는 이유로 남을 배척한 적은 없었나, 두려운 마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구병모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작가님의 문체와 특유의 분위기, 상상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읽기 시작하면 책을 놓을 수 없는 흡입력과 완독 후에도 가시지 않는 여운까지 정말 모든 게 좋았다. 운 좋게 창비의 눈가리고 책읽는당을 통해 출간 전에 먼저 읽고 출간 후에 또 읽었는데 정말이지 구병모 작가님의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재밌다.

 

위저드 베이커리와 아가미를 재밌게 읽었다면 버드 스트라이크 또한 재밌게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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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나면서부터 그 애에게 주어진 몫으로 내가 해소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비오도 나를 탓하지 않아.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식을 낳아 놓은 것에 대해 일일이 죄책감을 느끼거나 사죄하면서 사는 건 부당하고도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사람은 누구나 그날그날의 감정에 충실할 권리가 있고, 그 결과로 인한 짐을 제 것이 아님에도 나눠서 져야 할 때가 있지. 그렇다고 비오에게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다는 뜻은 아니란다. 우리가 짐을 나누는 것은 서로를 향해 마음을 베푸는 일이야. -p.113

 

아이가 자신의 처지를 지나치게 잘 인식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규격에 맞도록 어깨를 움츠린다는 게, 좋기만 한 일이었을까? 안 그래도 작은 날개가, 비오의 마음에 영향을 받아 더 자라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더 크게 활짝 펼칠 자격이 없다 하면서. -p.145

 

그동안 당연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이, 마음속에 일말의 부담으로만 남아 있을 뿐 모른 척하며 지내 왔던 것들이, 전혀 무관계한 타인이 이상하다고 말을 꺼내자 비로소 드러나 보이더구나. 너무 가까이 있고 익숙해서 못 느꼈다는 건 사실 알고 싶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 -p.186~187

 

사람은 왜 자기와 다른 것이나 알지 못하는 것이나 알지 못하기에 비로소 아름다운 것의 비밀을 캐내려는 본능을 타고난 것인지. -p.197

 

그가 내려앉을 유일한 땅 한 뼘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의 휴식처로 남을 마음이 없어. 그래서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땅을 떠나기로 한거야.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유한한 인간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라고 생각하니까.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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