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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
강경석 외 지음, 이기훈 기획 / 창비 / 2019년 2월
평점 : 
100년 전 한반도를 가득 메운 만세의 함성은 촛불혁명 당시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과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한국인이라면 3.1운동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라 각종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3.1운동 100주년 현수막이 걸린 곳도 많았는데 3.1운동의 정신보다는 '100주년'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삼일절이 되면 조국 독립을 위해 힘쓰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은 들었지만 3.1운동은 나에게 너무 먼 이야기였고, 와닿지 않았었다. 3.1운동보다는 내가 참여하고 관심을 가진 촛불혁명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었는데 책 제목처럼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3.1운동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만큼만 알고 더 알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각계의 학자들이 모여 3.1운동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과 그들의 서로 다른 시각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웠고 읽는 내내 3.1운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려운 내용의 책일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의외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고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0부터 6까지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으며 3.1운동인가, 혁명인가? '3.1혁명론'을 두고 다양한 학문적 견해로 토론하는데 토론하는 입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읽는 나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를 시작으로 태극기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위에 등장하고 사용되었는지, 다른 매체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와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3.1운동이 어떻게 소환, 기억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3.1절에 관한 한국 개신교의 공적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과 민족문학을 살피는데 그중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입장으로 3.1운동에 참여한 여성 지식인들에게 집중하며 그중 최은희의 삶을 조명하는 장영은의 3.1운동과 감옥에 갇힌 여성 지식인들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왜 여성은 없는가?, 유관순 열사 이외에 다른 여성들은 왜 관심을 가지지 않았나? 등 많은 의문들도 함께 얻긴 했지만 이번처럼 3.1운동에 대해 생각해본 건 처음이다. 다양한 학문의 도움으로 3.1운동의 깊이와 그 의미를 알 수 있었고 3.1운동의 정신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워지는 시간이었다. 3.1운동을 계속 기억해야 하는 우리는 이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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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의 수많은 저항들 중에서도 촛불만큼 다양한 입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한목소리로 같은 구호를 외쳤던 경우가 없지 않았는가? 이러한 다양성이 파편화되지 않고 하나로 모인 것이 3.1운동과 촛불이 공유하는 가장 유사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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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주체가 된다거나 역사에서 제 몫을 찾을 가능성을 처음 경험했다는 점에서 3.1운동이 혁명적 체험 혹은 혁명적 사건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 저는 촛불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이때도 전국 각지에서 온 여중, 여고생들이 마이크를 잡고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체험을 하죠. (···) 우리가 모르는, 이름 없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연단에 올라가 국민을 대표해서 '내가 국가다'라고 이야기했던 경험이 우리 역사에 몇이나 있을까? 특히 여성에게. 그렇게 보면 3.1운동은 여성들에게 굉장히 큰 시원으로서의 사건임은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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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은 한국 근대민족의 형성에 있어서 결정적인 사건이고, 우리에게 민족공화라는 새로운 정체와 정치원리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3.1운동이 하나의 사건으로 완결되지 않고 역사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였다는 사실입니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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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함경남도 정편군 장원면 초원장 시위에서 태극기를 휘두르며 시위를 주도하던 조문환은 경찰에 끌려가자 태극기를 군중에게 던졌다. 깃발을 넘겨주는 행위로 투쟁을 이어가는 양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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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과거를 한편으로는 지나가버린 것으로 확정하면서도 동시에 현재화함으로써 과거의 시간적 지위를 변화시킨다. 해방 후 민주화운동에서 3.1운동은 분명 '과거'의 사건이었지만,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여러 주체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소환ㆍ기억됨으로써 '현재화' 되었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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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법규에 출감하는 날은 죄수들에게 감상문을 쓰게 했는데 그녀(박순천)에게는 그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바른손 장지를 옷핀으로 찔러 피를 내어 성경책에 여백으로 붙어 있는 흰 종이 두장을 찢어서 거기에 "독립되는 날까지는 감옥에 자주 들어오겠습니다" 하고 혈서를 써서 전옥 책상 위에 놓고 나왔다.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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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이 한층 특별해진 이유는 촛불혁명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광장을 떠난 뒤에도 촛불대오는 정권교대를 넘어선 '권력교체'를 통해 남북의 내부개혁은 물론 분단체제, 나아가 세계질서 재편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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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은 민족해방에 이르지 못했지만 결코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획기가 되었고, 그것이 열어 보인 민족자주의 실현과 식민성 극복이 과제로 남아 있는 우리 근현대사가 언제나 되돌아가 스스로를 조회할 준거로 생생히 살아 있게 된다. -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