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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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놀랍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고전이 괜히 고전이 아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고전을 읽어왔고 왜 유명한 고전문학인지 깨닫게 되는 것도 있었지만 번역의 문제인지 내가 읽은 대부분의 고전은 딱딱한 문체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문장들이 있어 가독성이 떨어졌는데 프랑켄슈타인은 웬만한 현대문학보다 술술 잘 읽혀서 놀랐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과학자의 야망, 인간의 심오한 본성까지 잘 표현해서 굉장히 재밌게 읽었으며 가장 놀란 것은 내가 알던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가 책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초록 피부에 스테이플러가 찍혀있고 관자놀이에 나사가 박혀있으며 말도 못하는 끔찍한 괴물로 알고 있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피조물)을 창조한 인간이며 그가 창조한 피조물의 생김새도 내가 알던 것과 달라서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피조물은 인간과 같이 마음도 있고 지능도 있어 여러 감정을 느끼며 심지어 말도 나보다 잘한다;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 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사탄에게는 그를 숭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고독하고 미움을 받는다.' -p.174

가독성과 흡입력이 뛰어나서 금세 읽었고 피조물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해서 피조물에게 동정심이 들다가도 프랑켄슈타인에게 감정이입해 피조물에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또 피조물에게 감정이입하고... 이랬다저랬다 정신없이 읽었다.

결국엔 피조물에 더 감정이입을 했고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 피조물이 바란 건 공감과 사랑인데 그를 배척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고전이라 재미없고 딱딱할 거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 읽기 시작한 건데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후회될 정도로 나랑 잘 맞는 책이었고 역시 아직까지도 유명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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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이 남아 있는 한 두려움의 여지도 항상 남아 있기 마련이다. -p.121

시련이란 사람들의 조잡하기 짝이 없는 감수성마저 그토록 무디게 만드는 법이다. -p.221~222

아! 불행한 사람이라면 체념도 좋겠지만, 죄인에게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 과다한 슬픔에 허우적거리다보면 가끔 누릴 수 있는 감정의 사치는 회한의 고뇌에 쓰디쓴 독으로 변해버렸다. -p.258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심지어 신과 인간의 원수에게조차 외로움을 함께할 친구와 동료가 있다. 나는 철저히 혼자다.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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