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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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

공포와 폭력과 부조리 속에서 빛나는 그로테스크의 보석 <흉가>

 

 

고딕 호러라는 장르 자체를 처음 접해봤기에 조이스 캐럴 오츠의 문체와 고딕 소설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로 단번에 빠져들었고 신선했다. 조이스 캐럴 오츠가 발표한 그로테스크한 16편의 중단편들로, 모두 강렬한 이야기들이지만 '~때문이었어'라는 반복과 끔찍한 내용, 그와 더불어 전해지는 여성의 감정 때문에 개인적으로 3부의 정상 참작 사유가 가장 인상 깊다.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답게 여성의 불안을 히스테리로 치부하며 소외시키는 현실적인 공포를 다뤄 마치 책 속의 화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고 색다른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어릴 때 갖고 놀던 인형의 집과 똑같은 집을 본 플로렌스 파, 낯선 남자에게 모델 제안을 받는 소녀, 폭력적인 형 퀸이 아내 엘렌과 딸들까지도 위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형의 집에 가면서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휘트니, 잠에서 깬 후 빛이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야기 등 책이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강렬하다. 사이코패스 주인공 없이도 여성 독자들의 공포를 자극한다는 문구에 끌려 읽었는데 덕분에 새로운 장르를 접해볼 수 있었다. 표지 또한 예쁘면서 열쇠구멍(?)으로 쳐다보는 눈이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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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 모임이란 원래 그런 식이다. 비록 다 같이 불행한 운명을 앞둔 처지라도 모임에서 기발한 농담, 고마워하는 웃음, 유쾌한 유대감을 나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사람의 인격이란 얼마나 희한한가. -p.61 인형의 집

"공평하다니, 누구에게? '공평'한 게 뭐지?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우리'가 하는 거잖니." -p.217

"하지만 나는 '행복'해지고 싶지 않아. 나는 '알고' 싶어." -p.231 모델

죄책감이 곪으면 결백한 자마저도 망가지게 마련이니, 조심할 것! -p.278 가해자

나는 겁 많은 여자가 아니다. 오랜 인생 경험을 쌓은, 강하고 현실적인 여자다. 예전 집에서도 내가 살림을 도맡았고, 이곳에서의 은퇴 생활도 내가 도맡고 있다. (정확하게는 그이의 은퇴였다. 내 은퇴는 어떻게 된 건가?) -p.385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우리의 희망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 아니겠소? (ㆍㆍㆍ) 인류가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 나는 살짝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가 되지 못해 안달인데요. -p.417 전파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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