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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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은 일본에서 결혼하는 친구, 영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하고 그곳에서 사이비 교단에서 도망친 나미와 만나게 된다. 주민등록 번호는 2로 시작하지만 가슴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주기적으로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는 한솔과 3년간 사이비 교단에 있느라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미, 이들은 '보편적 시민'이 아니며, 배제된 사람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숨고 싶지만 자신을 숨기고 싶지 않은 마음, 자신의 길을 찾아 한 발자국씩 내딛는 이들의 여행에 동행하는 느낌으로 읽어본다면 좋을 것이다.

왜 책 제목을 인터내셔널의 밤이라고 지었을까? 러시아 혁명 기념가인 인터내셔널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일까?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는 알지 못하겠으나 사라지고 싶지만 사라지고 싶지 않은 그 마음, 주민등록에서 도망치고 싶은 그 마음이 와닿았고 쓸쓸했다. 한솔과 나미, 이들의 여행에 무엇이 기다릴지 모르는 불안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여행에 동행하는 느낌으로 읽었고 모든 것이 좋았다는 한솔의 말에 괜스레 웃음이 났다. 불안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우리는 어른이 되고 뭔가 빼먹은 얼굴이 돼서 만난다. 그건 못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전혀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모르는 사람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매일 밤 잠자리에서, 물론 매일 밤은 아니지만 자주 반복되는 생각이었다. 사라질 생각은 없지만, 큰 잘못을 아직 저지르지 않았지만 어떻게 한국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숨을 수 있을까 혹은 한국을 빠져나가 외국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당신은 보편시민이 아닙니다. 일반시민이 아니네요. 당신은 배제라는 말을 배웠습니까? 배제라는 말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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