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99
줄리아 피어폰트 지음, 만지트 타프 그림, 정해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기원전 630년에 태어난 그리스 시인 사포에서부터 1997년에 태어난 파키스탄 활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까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여성들 99명이 소개되며 마지막 100번째 페미니스트는 독자가 직접 추천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신선하고 가장 맘에 들었다. 마돈나, 프리다 칼로 등 알고 있던 인물들부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인물들까지 어떻게 그 시대와 환경을 무릅쓰고 이런 용기 있는 발언과 행동을 했는지 놀랍고 존경스럽다.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뛰어난 능력이 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여성들을 볼 때면 착잡함과 분노를 느끼는데 개인적으로 에미 뇌터와 샐리 라이드를 읽을 때 그러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인 아인슈타인이 여자였어도 지금처럼 인정받고 유명했을까? 대학교 입학 거부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가 아인슈타인의 도움으로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에미 뇌터의 경우만 봐도 그렇지 않다고 장담한다. 물론 지금은 여성이라고 대학교에서 입학을 거부하고 취업을 못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이 불리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또 샐리 라이드의 경우는 어떠한가. 샐리 라이드에게 우주비행이 당신의 생식기관에 영향을 줄 것인가, 일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울음을 터뜨리냐, 엄마가 될 생각인가 같은 남자 우주비행사에게 하지 않을 수준 낮고 관련 없는 질문을 퍼붓는 기자들을 봤을 때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스칼렛 요한슨에게 어벤져스 코스튬 안에 속옷을 입나요? 같은 수준 낮은 질문을 하는 걸 보면 아직도 그녀들의 능력은  인정받지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능력있는 여성들이 받는 질문의 수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바가 없다.

줄리아 피어폰트가 썼듯이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엉망이다. 위대한 이 여성들이 이만큼 세상을 변화시켰으니 이제는 우리가 이 세상을 더 좋게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위대한 여성들을 알 수 있었고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좋은 책을 만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서양의 페미니스트들 위주이고 동양의 페미니스트들은 극소수라는 점이다. 트랜스젠더도 위대한여성으로 소개되는 진보적인 책 치고는 동양의 페미니스트, 그것도 한국에 출간하지만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한 명도 소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내가 여자아이가 아니라 그저 어린이였던, 여자가 아니라 인간이었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p.11 들어가며

최근 드렉셀 대학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뇌터에 대해 들어 본 학생은 드물었고, 뇌터의 이름을 아는 학생들도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하게 떠올리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이 '여성에게 고등교육이 허락된 이래 가장 뛰어난 창조적인 수학 천재'라고 묘사한 여성에 대한 반응치고는 영 신통치 않다. -p.81 에미 뇌터

젊어서부터 여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역할의 중요성을 잊지 않도록 해 주었다. -p.87 샌드라 데이 오코너

신문들은 그녀를 '여자 린디'라고 불렀지만 에어하트는 다른 누군가에게 빗댈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p.123 어밀리아 에어하트

남자는 너무 이기적이어서 여자의 권리와 자신의 권리를 모두 취했다. -p.135 소저너 트루스

"우리에게 책과 펜을 들게 해주십시오. 그것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한 사람의 아이, 한 사람의 선생님, 한 자루의 펜,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교육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p.160 말랄라 유사프자이

"모든 여성이 삶과 자유를 누리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첫 단계는 엄마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되는 것은 여성의 생존권과 자유권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다." -p.211~212 마거릿 생어

"나는 젊은 여성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떨쳐 일어나기를 바라요." -p.251 윌마 맨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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