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오늘의 젊은 문학 5
문지혁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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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 속 인물들이 거치는 인생의 길목은
결코 평탄하지가 않았다.
그런 이야기가 단편으로 8편 수록되어 있다.
어떤 재난으로 인한 상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책에서 답이라고 생각되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수학적으로는
어디에도 없어요.
바꿔말하면 그런 일이 언제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지요."

물론 그곳에 가면 앞으로의 진로와
직업까지 정해져버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미 나는 자유로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그게 미래든 내일이든 천국이든
팔 수만 있다면 죄다 팔아서 현재에
보태 써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작가의 창작노트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나는 재난과 재난 이후의 삶에 관해,
상처와페허와 트라우마에 관해,
우리가 스러지고 다시 일어선 곳에 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록 두서없고 더듬거리고 때로는
말문이 막혀 한숨만 내뱉는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적힌 아빠의 글에서 전에는 지나쳤던 인상적인
구절을 발견한다.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기를.'
아빠는 언젠가 내가 이 책을 읽게 될 거라는 걸 알았을까?
저 '우리'가 만약 아빠와 나라면
내가 아빠의 다음 페이지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까?

종이책이 금지되는 세계.
모든지식과 정보는 넷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 글.
종이책이 지식의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설정.
그리하여 종이책 소지자들은 엄격하게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절대 그런 세상은 올것 같진 않지만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그리고 정말 가슴에 딱 꽂힌 글귀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서로의 다음페이지가 되기를'

​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 나는
당황했다.
굉장히 못된 질문을 던진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가족사진에 나온 아이에 관해 묻는 건
대게 안전하고 확실하게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는 방법인데,
이렇게 난감한 상황이 닥칠 줄이야.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애꿎은 커피만 들이켰다.
마실수록 커피에서는 떨떠름한
흙 맛이 났다.

읽으면서 '세월호 사건'. '성수대교 사건' 등이
다시금 되뇌여지는 느낌이 있었다.
재난이라 이름 붙일 수 있던 사건들이
그리고 그 뒤 남은자들의 이야기가
여느 책들에서 다룰법한 전개는 아닌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조금은 다른 색깔로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문지혁이라는 작가와의 만남은
일단 그의 전작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책과의 결은 분명
달랐지만 그래서 좀 신선했다.
언제든 어떻게든 누구에게든 닥쳐들 수 있는 재난들을
속에 꽁꽁 가둬두지 않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한 결론 보다는 뭔가 생각을
연결해 가 볼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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