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 허니컷 구하기
베스 호프먼 지음, 윤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엄마와 아버지의 갈등,

갈수록 집에 오는 횟수가 뜸해지는 아빠.

점점 정신이 이상해져가는 엄마. 


방관하는 아빠와 피보호자가 아닌 보호자로 엄마를 대해줘야 하는 씨씨는 어린 나이에 삶이 괴롭다. 마을 사람들은 연민과 더불어 적대감 섞인 눈으로 이들 가족을 대하며, 학교에서 씨씨는 왕따다. 가정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작고 여윈 소녀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외롭고, 학교에서도 외롭다. 


다만, 씨씨가 숨 쉴 수 있는 곳은 책 속이다. 그리고 이웃인 오델 할머니. 


º 책 : 엄마가 이상 증세를 보일 때면 씨씨는 달려가 책 속에 파묻힌다. 활자라면 다 좋다. 교과서도 좋아한다. 복습도 여러 번, 씨씨는 최고 등급을 받지 않은 과목이 없다.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과목을 뽑으라면 '영어'다. 


º 오델 할머니 : 이웃집에 혼자 사시는 오델 할머니. 정상적인 가족이 없는 씨씨에게 오델 할머니는, 또 다른 가족의 역할을 해준다. 상처받거나 힘든 일 있을 땐 할머니에게 달려가 안긴다. 그러면 불안과 걱정이 들어진다. 



씨씨 엄마의 이상 증세는, 부부 생활의 권태와 남편의 바람, 그리고 젊은 나이에 늙은 남자와 결혼해서 자신의 젊음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두려움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한다. 젊었을 적 미인 대회에 나가 우승했던 일에 집착한다. 우승했을 때 찍은 사진을 반복해서 보며, 특별한 일이 아닌데도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남편이 집에 있지 않은 데도, 남편에게 소리치고 보이지 않는 남편과 싸운다. 집에 남아나는 물건이 없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씨씨 엄마가 제정신일 때가 있는데 그런 기억이 씨씨에게 '사랑'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오래지 않으며, 씨씨는 그런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 


이런 일도 다 끝이 있는 법이다. 


씨씨의 엄마는 아주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엄청난 속력으로 부딪혔다. 육체의 형상은 매우 끔찍했다. 씨씨는 그 광경을 보지 못했지만, 마치 본 것처럼 마음에 새겨졌고, 두려움증으로 다가온다. '정신병은 유전될 수도 있다는데 설마, 나도?!' 


씨씨 엄마의 사망 소식을 들은, 친척 어르신이 고급차를 끌고 씨씨의 집에 왔다. 털툴라 외이모 할머니. 아빠는 뭔가 버거운 짐을 없애듯 씨씨를 털룰라 할머니에게 맡긴다. 그길로 북부에서 털룰라 할머니의 집이 있는 남부로 가게 되는 씨씨. 


낯선 곳. 두려움. 그곳에서도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하는 불안. 


하지만 그곳은 씨씨가 살던 곳과 달랐다. 안전하고, 따뜻하다. 아무래도 털룰라 할머니 덕분이다. 부유하고, 인덕 있으며,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털룰라 할머니 집에서 일하는 '올레타 아줌마'가 씨씨의 첫 친구가 되어 준다. 이런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씨씨는 예전의 불안과 트라우마를 조금씩 극복한다.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들에게는 슬픔이나 아픔은 없는지 듣게 되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씨씨는 안정을 찾는 것이다. 


문득문득, 좋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그때마다 털룰라 할머니가 의미 있는 말씀을 해주신다. 


책의 마지막은, 씨씨가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고 거기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것으로 끝난다.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북부에서 남부로 오게 되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되어 씨씨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부모님의 또 다른 긍정적인 모습을 보려 노력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희석시킨다. 


작가가 던지고자 한 말은 대부분 털툴라 할머니와 오델 할머니의 말로 표현된 듯하다. 어쩔 수 없이 맺게 되는 관계, 그 관계에서 받는 상처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려면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고, 이 노력에 '모험'은 필수로 수반된다고.. 두렵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상황이 멈춰있거나 악화되기만 할 뿐 나아지는 것이 없다. 모험에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결과가 좋게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는 아무로 모른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러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만, 그중에 좋은 사람 몇 명만 만나도 우리 삶은 빛날 수 있다.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인생의 소명을 발견하라는 거야. 진정한 행복과 삶의 목적이 거기에 있단다. 버려진 동물을 돌보든, 낡은 집을 구해내든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든, 네 안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을 발견해야 해. 아가, 그 불을 찾지 못하면 결코 만족감을 느낄 수 없을 거야." - P162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네가 공포에 질 때마다 그 남자가 이기는 거야. 그리고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그 남자는 점점 강해지고 넌 점점 약해져. 네가 공포에 지면 너만 손해야. 결국 평생 그 남자의 노예로 살아가야 해." - P260

"내가 한 말을 명심해. 그 누구도 네 자유를 빼앗지 못하게 하렴." - P262

"저기 인생이 있어.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이니? 나뭇잎들도 움직이고 있어. 인생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 너처럼 특별한 아이라도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큰맘 먹고 인생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돼." - P376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정돼." - P386

"어떤 사람이 지혜롭다면, 그건 세상에 나가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란다. 지혜는 경험에서 나와. 매일매일이 선물이라는 걸 깨닫고 그걸 기쁘게 받아들이는 데서 나오지. 넌 책을 많이 읽었고 덕분에 아주 똑똑하지만 세상의 어떤 책도 진짜 지혜를 주진 못해." - P447

"우리가 극복한 인생의 상처들이 우리를 더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 P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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