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개 미래의 고전 60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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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5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았다. 다섯 마리 개들 모두 우리 집에 온 사연이 다 달랐다. 개들은 성격도 달랐고, 외모도 달랐고, 또 그들의 운명도 모두 달랐다. 나는 개가 무척 좋은데, 어쩔 때는 사람보다 개가 더 좋을 때도 있는데, 그래서 나는 개와 함께 살기가 겁난다. 때때로 개를 내 우선순위 밑에 둬야 한다. 개와 함께 살면 기쁨도 크지만, 때로는 죄책감 혹은 미안함도 크게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귀찮을 때도 있다. 성가실 때도 있다. 화가 날 때도 있다. 마음의 상처를 줘야 할 때도 있다. 분명히 개가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 또한 얼마나 괴로운지, 얼마나 미안한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이상은 개와 함께 살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개를 그렇게 좋아하면 한번 키워보라고 권유해도, 나는 개가 '키우는' 객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사는 주체'라 말하며 번번이 함께 살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다섯 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면서 몇 년을 함께 살았든 그래서 함께 얼마나 많은 즐거운 시간을 쌓았든 간에,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 늘 마음속에 잔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섯 마리의 개, 다섯 가지의 사연. 다 제각각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강숙인 작가의 단편동화집 『길 위의 개』를 읽었다. 총 6편의 동화가 실려 있고, 그중 5편은 마음 따뜻한 이야기이고 마지막 이야기인 「길 위의 개」는 따뜻하면서도 슬픈 이야기였다. 이 책에 실린 여섯 가지 이야기들이, 나도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겪어본 일들이었고 그래서인지 읽다가 마음이 아릿아릿했다.


이 책에는 소위 '외국의 비싼 개'는 등장하지 않는다. 강아지 종은 언급되지 않지만 대부분 옛날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발바리' 같았다. 뭔가 있어 보이는 개는 아니지만, 착하고 말 잘 듣는 좋은 개. 그래서 어린이들이 마음 활짝 열고 좋아할 수 있는 개.


나랑 함께 산 5마리 강아지 중 3마리가 발바리였다. 그중 2 마리는 어릴 적에 시장에서 사온 강아지였고(내 어렸을 때만 해도 외국 강아지는 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시장에서 1만 원이면 살 수 있는 강아지를 키웠다), 1마리는 떠돌이 개였다. 이 개는 길을 걷다가 뱃가죽이 거의 등가죽에 붙은 것처럼 앙상하게 말랐었는데 그 모습이 안 돼 보여서 마당으로 불러들여 밥을 줬었다. 당시 그 집에 살 땐 거의 항상 대문을 열어 놓았는데, 매일 같은 시간이면 꼬리치며 우리 집에 왔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함께 살게 되었다. 말도 잘 듣고, 듬직하며, 무엇보다 집 잘 지키는 개. 사료도 깨끗하게 먹고, 물도 조심조심 얌전하게 먹었으며 뭐랄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신뢰할 거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정말로 내가 좋아한 개였는데 역시나... 끝은 좋지 않았다. 함께 즐거웠던 순간이 너무나 많았는데, 떠오르는 기억은 그때 그 이별의 순간.... 나는 나쁜 일의 공모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강숙인 작가의 『길 위의 개』 속 여러 단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길 위의 개」다.


화자의 부모님은 공장의 부도를 막기 위해 시골에 계신 할머니에게 부탁해 시골집을 팔게 한다. 시골집을 팔면서, 할머니와 함께 살던 강아지 '보배'를 다른 사람에게 줘야 했는데 부모님은 할머니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보배'를 유기시키려 한다. 부모님의 욕심, 부모님의 무책임함, 그리고 부모님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다 알면서도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애써 보배를 외면하는 화자. 화자는, 그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죄책감, 미안함.... 아니 이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마음이 들고 괴롭다.


사람과 사람 간의 책임만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도 사람에 대한 책임 못지않게 중요하다. 화자가 느꼈을 마음이, 언젠가 내가 느꼈던 그 마음과 똑같아서 죄책감도 들고 마음도 아팠다.


책 표지에서 눈물 흘리는 강아지의 모습처럼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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