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가지 사건으로 보는 금의 역사 - 왜 사람은 금을 탐하나?
루안총샤오 지음, 정영선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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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의 교양서적을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다. 금을 중심으로 벌어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 책 제목처럼 꼭 '사건'만을 다루는 건 아니다. 각 장마다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책 제목이 책 내용을 다 아우르지 못하는 느낌이 다소 든다)

1장은 <냉병기 시대의 황금에 대한 갈망>이란 제목으로 언약궤에서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지역, 로마, 중국, 비잔틴 시대에 사람들의 '금에 대한 갈망'을 다루고 있다. 즉 금을 소재로 한 역사 이야기다. 금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고, 어떻게 채굴했으며 어떻게 사용했는지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는데, 다들 알겠지만 이집트는 대체로 다신교 국가였고(유일신을 믿었던 때도 있었다) 다신 중에서 특히나 '태양'을 유독 숭상했다. 지리적 위치도 그렇고, 이집트 대부분이 번쩍번쩍한 황금이거나 황색이다. 그런 만큼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지리 지도도 이집트의 것인데, 이집트 사람들은 이 지도를 왜 만들었을까. 이 지도는 흥미롭게도 나일강과 홍해 사이의 금광 위치를 콕콕 집어주는 지도란다. 금이 중요하고, 금이 매장된 곳이 중요하니, 현존 최고의 보물 지도를 남긴 것이다. 과연 금을 사랑한 이집트답다.

2장은 <신대륙 황금을 둘러싼 쟁탈전>이 제목이다. 제목에서부터 이 장의 내용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챕터는 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금이라는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인간이 어떤 짓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장에 실린 모든 이야기가 재밌고 비극적(...)이었지만, 이 중 제일 흥미로웠던 건 영국의 '드레이크의 황금 약탈 생애'였다. 드레이크 하면 역사 책에 자주 나오는 인물(엘리자베스 1세가 나오는 장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로 단순히 스페인과 맞짱 뜬 해적인 줄로만 알았는데 역사상 2번째로 세계 일주를 한 사람이기도 했다. 또 읽다 보니, 이 사람이 항해나 약탈에만 능숙한 게 아니라 머리도 상당히 잘 쓰는 사람 같아 흥미롭고 재밌었다. 이 사람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하나, 그의 성공 신화 이야기는 누구나 관심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3장은 조금 머리가 복잡해질 수 있는 본위제와 화폐 이야기다. 장의 제목은 <금본위제 하의 황금을 둘러싼 각축전> 우리는 선진국이 언제나 선진국이었고, 순탄하게 농경(봉건) 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했다고 생각하나 결코 그렇지 않다. 영국만 봐도 봉건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에 많은 갈등과 충돌이 있었고 경제 위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들이 맞닥뜨린 경제 위기는 그들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어디 참고할 자료도 없고 해서 험난하게 이 시기를 거쳤다(아마 로마에서 영국보다 먼저 이런 경제 문제를 겪었을 테지만 노예와 농노는 사뭇 다르고, 경제 시스템도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영국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쓴 제도들이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의 고충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어쨌거나 지금의 산업/금융시대 이전 초기 형태의 화폐, 금융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장은 <브레턴우즈 체제하의 달러 본위제>이다. 이건 3장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유명한 브레턴우즈 체제를 다루고, 지금의 달러가 있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5장은 <위기 속의 황금 저격전>으로 세계 경제 패권을 장악하려는 여러 나라들의 노력과 음모를 다룬다. 재밌긴 재밌는데 경알못인 나로서는 조금 어렵기도 했다. 마지막 장은 6장 <향후 황금은 다시 화폐의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이다. 이 장에는 중국 위안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미국 등 다국적 기업의 중국 진출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지금은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위안화의 위상도 예전과 사뭇 다르며, 중국 정부는 달러를 밀어내고 세계 기축 통화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다시 출렁이는 세계 시장. 중국의 바람대로 될 수 있을까. 미국이 순순히 세계 1위 자리를 놓아줄까. 세계화의 종주국이라 믿는 EU 국가들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또 시장 흐름상 다시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맺음말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비잔틴의 금화, 디나르, 파운드는 모두 세계 금융 체제에서 영원한 통치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달러 혹은 유로화가 세계적인 지불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황금은 다시 한 번 최후 중재자로서 제 역할을 발휘할 것이다."(피터 번스타인의 『황금의 지배』 재인용, 356쪽)

과연 금이 화폐로서의 위상을 되찾을까. 그런데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도서 정보에 보니 원서가 2011년에 출판되었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때는 블록체인이 세상에 나온 지 약 3년 밖에 안 됐을 때다. 기축통화로 블록체인을 생각할 수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저자가 책을 새로 쓴다면 '블록체인'을 빼고는 이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다.

흠, 앞으로 어떤 통화, 화폐가 왕좌에 앉을까. 상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우리 지폐와 달러 등 익숙한 화폐에서 벗어나 우리가 무엇을 신뢰하고, 교환할 수 있을지, 또 무엇을 필요로 하고 갈망하는지 등 인문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 인문학적 고민을 위해 이 책이 참고 자료가 되어 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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