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리커버 에디션, 양장)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13.67]

"이 책은 정치. 경제적 격변을 담은 홍콩의 시대적 배경을 1967년부터 2013년까지 시간 역행의 독특한 플롯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독립적인 여섯 건의 유기적 추리 사건들을 주인공 관전 둬를 중심으로 동서양 문화가 결합된 홍콩의 시대적 격변과 혼란 속에 홍콩 경찰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책을 처음 받아 보았을 때 리커버 에디션의 책 표지가 마냥 이쁘다는 생각만으로 손에 쥐게 되었는데, 점차 2013.1967이라는 커다란 숫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야만 했다. 그뿐만 아니라 홍콩 추리소설계에 이미 유명한 이 책의 저자인 찬호께이 작가의 필력과 세계관이 무척 궁금해졌다.

첫 장부터 순조로이 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았다. 인물들의 홍콩 이름이 낯설었고, 어려운 경찰 관련 용어들과 의학적 설명들, 다양한 총구들의 이름과 살인 도구들의 복잡한 사용설명 그리고 주인공 관전둬의 화려한 이력을 설명하면서 튀어나오는 수많은 과거의 연도들 때문에 무척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을 참아가며 읽어나가 보니 서서히 범위가 좁혀지면서 작가 찬호께이의 정교한 추리과정과 독자의 생각을 여러 번 뒤집어 놓는 놀라운 설득력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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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전의 모든단락을 읽어오면서 작가의 의도만큼 수 차례 희롱당했다. 그러나 6장의 빌려온 시간은 최고로 강력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1인칭 시점으로 바뀌면서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해답을 찾기위해서는 끝까지 읽어야만 했다. "나"는 그동안의 독자들이 기억하는 정의로운 인물 관전둬일거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우연히 경찰과 합류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천재탐정 관전둬였다. 이 소설의 가장 맨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까지 나는 관전둬이기를 바랬고 또 그가 아니면 누구일까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었는데 역시 작가의 예측불허한 결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라는 인물과 "관전둬"는 인연인가 악연인가.. 다시 1장으로 돌아가 "나"에게 되묻고 싶어졌다. 당신도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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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단락까지 관전둬의 정의로운 경찰이미지가 6단락을 읽으면서 데미지를 입은 건 확실하다. 6단락의 그는 반듯한 경찰이었으나 야망을 품은 다른 경찰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2013년의 마지막 죽음 앞에서는 찹으로 인간다웠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나'라는 존재가 살아가면서 더렵혀진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찬호께이 작가는 "인간은 다 똑같다 그러나 올바른 신념을 기억하며 실천하는 사람은 죽음 앞에 아름다운 인간적 모습을 남길 수 있다"라는 메세지를 독자들에게 전하려하는 건 아닐지 깊이 생각해 본다. 이 부분은 분명 찬호께이 작가의 신념이자, 이 소설의 집필한 이유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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