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좋은 엄마 -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코트의 육아 강연집
도널드 위니코트 지음, 김건종 옮김 / 펜연필독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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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자책의 간편함에 빠져 종이책. 특히 신간. 그중에서도 육아서를 잘 구매하지 않는데. 간만에 육아서, 종이책, 신간을 구매했다.

요즘 엄마들은 육아를 책으로 배운다고 한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대부분은 의존할 가족구성원의 손길이 없이. 온전한 내 몫으로 한 사람을 키워내야 하는 세대. 나 또한, 아이를 낳고서 강박적으로 육아서를 섭렵해왔다. 나의 실수로 인해 한 사람의 생을 망쳐버릴까봐. 육아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해 불안과 완벽주의가 적용되어 심지어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알라딘 육아서 카데고리에 들어가 어떤 신간이 나왔는지. 모든 신간의 목차라도 읽고 미리보기라도 들여다보곤 했다. 한가지 카데고리 영역의 도서를 3년 이상 계속 읽다보면 누구나 그 분야 준전문가 정도는 될 수 있다. 이제는 스스로 육아서에 한정해서는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져 저자소개와 목차만 읽고도 어떤 내용일지 추측하고, 이 책이 읽힐만한 책인지 아닌지. 남에게 권유할 수 있는 책일지 파악할 안목이 있다고 자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육아서를 더 이상 강박적으로 읽지 않게 된 순간. 다시 말해 육아에 있어서 강박과 불안을 내려놓은 순간은 ‘도널드 위니코트’가 마음에 들어오면서 부터 이다. 위니코트로 인해 육아서를 읽지 않게 된 사람이 위니코트의 육아서를 사보라니. 만일 당신이 육아의 세계에서 아직도 이러저리 헤매고 있다면 이 한 권으로 인해 종결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때때로 위니코트의 <충분히 좋은 엄마>의 의미에 대한 오독을 마주하고는 한다. 충분히 좋은 엄마는 완벽한 엄마를 의미하지 않는다. 나는 위니코트를 알고서 부터 육아에 불안과 흔들림 없이 당당히 실수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이해한 ‘충분히 좋은 엄마’ 의 가장 핵심은 영아기때의 일차적 모성몰두의 시간이 지나, 아이에게 제공 되어야할 적당한 ‘좌절’과 ‘상실’에 있다. 요즈음의 귀한집 자식들에게 모든 욕구와 환경을 풀세팅 해주기 쉬운데 그게 오히려 해를 끼치진 않은지.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양육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원제는 ‘TALKING TO PARENTs’이다. 영국 BBC라디오에서의 육아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제목에서의 ‘엄마’ 때문에 그러면 애비는 뭐하냐. 이런 생각을 해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나도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육아서’는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아과 의사이기도 했던 위니코트는 많은 엄마들을 만나며 애정어린 시각을 가져왔다. 때때로 자기 스스로를 엄마로 비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영국에서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엄마’라는 표현을 한 것이 어색하지 않다고 쉴드를 쳐본다.

아무 생각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숙독과 음독에 걸맞다. 라디오 강연이기 때문에 소리내어 읽어보았을때, 읽는 맛이 있다. 사실 평소 나는 아무생각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은 읽는 시간이 아까워 안 읽느니먄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난이도가 딱 적당하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와 가벼운 무게도 너무 좋고, 글씨체와 자간, 편집도 미적으로 아름답다. 번역을 한 김건종 선생님에 대한 극찬은 간혹 보고 들어왔는데. 이번 기회에 팬이 될 듯 하다.

꼭 육아서 카데고리가 아니라 인문-심리 카데고리에도 들어갈 수 있는 서적이다. 양육자가 아니더라도 심리학에 관심이 있거나 전공자들도 좋아할 책이다. 최근 딱딱한 전공서나 논문만 읽으셨으면 위니코트의 따뜻함에 힐링 받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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