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은 가상 아이돌

내 첫사랑은 가상 아이돌 ㅣ YA! 2
윤여경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가상 아이돌과의 사랑? 사실 맨 처음에 책 제목을 보았을 땐 단순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 아이돌과 사랑에 빠진 소녀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이 책은 그것 이상을 다루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 미래과학기술이다. 미래엔 정말 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틀테면, 리모컨을 누르자 창이 컴퓨터 화면으로 바뀌며 텔레비전, 컴퓨터, CCTV 화면 등을 보여주는 장면들과 이미 죽은 남자 주인공 은우의 정신이 모두 담긴 홀로그램 말이다. 여자 주인공인 아리는 홀로그램과 은우봇을 통해 은우와 소통하고 그와 함께 있음을 느낀다. 이 정도로까지 발전된 홀로그램이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지만, 봇을 활용한 아이돌과의 소통은 지금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현실감 있었다. 이러한 장면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보며 정말 기발하다고 느끼면서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만약 사람이 죽고 그 사람의 정신이 모두 담긴 홀로그램과 소통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그 사람이 생전 하던 말을 하고, 정말 내게 답했을 법한 대답을 주고, 살아있는 사람과 다름없이 감정을 느낀다면? 점프수트만 입으면 생전 그 사람의 모습을 모두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죽은 후에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혹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꼭 죽은 사람이 아니어도 그렇다. 가상 아이돌 시장이 더욱 커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미 떠나보낸 반려동물과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상상도 못했던 수많은 과학신기술을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과학기술을 겪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미래 세상은 어떨지 그려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AI와의 사랑이다. 지금이야 AI와의 사랑이라고 하면 코웃음 칠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인간이 정말 AI와 진심어린 대화가 가능하다면? 새로운 통신과학기술이 그것을 허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 개개인에 맞춘 AI가 나온다면? 그때도 정말 AI와의 사랑을 현실감 없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읽었던 내용 중에, 돈이 많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오프라인 활동을 즐기고, 돈이 없을수록 밖으로 나가기보단 집에서 전자기기를 만지고,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등 온라인 활동을 많이 하게 된단 이야기가 있었다.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인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밖에 나가면 다 돈이다. 그에 비해 집에선 적은 비용으로 오락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 컴퓨터와 같은 매체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당연하게도 부자들보단 평균 경제 수준을 갖춘 사람들이 더 많고, 앞으로 온라인 활동 그리고 AI와의 소통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AI와의 소통은 잦아지고, AI는 점점 발달할 것이다. AI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내가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해주고, 나의 맞춤형 친구가 되어준다면? 정말 AI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는 다르지만 이미 인간은 인간 외의 많은 것들을 사랑한다. 반려견, 반려묘를 사랑하고, 누군가는 2D 캐릭터를 사랑하며, 살아있지 않은 물체 (핸드폰, 자동차, 인형 등)에 사랑과 정성을 쏟기도 한다. 그런 인간이 과연 AI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 띠지에 있는 QR 코드를 사진으로 찍으면 책에서 나온 아리를 향한 은우의 노래가 나온다.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다니, 정말 섬세하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신개념 픽션 시리즈라고 할만하다. 처음엔 단순히 가상 아이돌과의 사랑을 담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인 줄 알았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미래의 통신과학기술이 궁금하다면, 지금까지 읽어온 로맨스와는 차원이 다른 로맨스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책을 읽어나갈수록 장면이 세세하게 그려지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절대 시시하거나 진부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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