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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계약을 맺은 사람들 - 복지국가의 원초적 약속에 관한 이야기
강상준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3년 7월
평점 :
- 막연한 행복
제목이 ‘행복계약을 맺은 사람들’인데 문득 행복을 계약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행복이란 게 각자가 느끼는 만족감 같은 감정인데 그걸 계약한다고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산뜻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다만 ‘복지국가의 원초적 약속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면서 거시적 관점으로 풀어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 뚜렷한 불행 2014년과 2022년
책의 도입부는 행복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이야기한다. 젊은이들은 행복을 위해 2014년 수학여행을 떠나고 2022년 핼러윈 행사를 참여했다. 데칼코마니처럼 포개진 다른 사건이 이어진다. 세 모녀 가족이 그저 소박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지만 결국 희망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2014년 송파 세 모녀,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을 이야기한다.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생각할 수 없는 대형참사로 죽음에 이르거나, 가뭄으로 말라 죽는 식물들과 같이 소리 없이 죽어 간 세 모녀의 비극적인 사건은 한국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주장에 따르면, 위험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보다 자본주의 사회구조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고 한다. 복잡해지는 사회구조와 과학과 기술의 급격한 발전의 반대급부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이 구조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P.23). 가난과 빈곤, 위험과 안전은 결코 개인적인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 어떻게 행복할 수 있나?
전체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행복함수’를 통한 ‘행복계산법’이었다. ‘행복함수=1’을 충족시키기 위한 과정을 개인의 책임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공동체의 책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럽게 종착지에 도달하게 된다. 왜 사회복지를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알게 된다.
저자는 책 말미에 10년 전 국가별 행복을 위한 다큐 영화의 인터뷰이로 참여하면서 행복하냐는 질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내 행복의 영역에 타인을 연결하지 않고 있었던 인식이 바로 사회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환점을 맞은 그날 이후 ‘행복한 공동체 안에 행복한 개인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누구나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 자기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연대
저자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처음 그들이 왔을 때(First They Came)』 라는 글이 떠올랐다. 나치의 만행에 침묵하는 다수를 비판하는 글이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우리 ‘행복계약을 맺는 사람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과 소외된 자들을 위한 ‘편들기(연대)’가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