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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우주 ㅣ 사계절 아동문고 111
길상효 외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3년 12월
평점 :
다섯 명의 작가가 안내하는 다섯 개의 세상, 다섯 개의 이야기 [나라는 우주]
반짝반짝 맨질맨질 표지부터 나와 곧 5학년이 될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다.
1. 길상효 [내가 좋아요]
친구의 머리 위에 핀 예쁜 꽃을 보면서 조이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십대의 어느 날 나도 그랬었다.
가장 먼저 피운 친구의 꽃, 피어난지도 모르게 지고 있는 친구의 꽃, 한 때는 탐스럽게 피었지만 조금은 빛을 잃은 꽃
그리고 아직 피지 않을 혹은 영원히 피지 않을 누군가의 꽃
2. 남유하 [이모티콘 필터]
나는 특별하고 모두가 나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
나와 똑 닮은 누군가가 나타났나?
그래서 쓰게 된 가면.
가면을 쓰면 내 모습이 감추어질까? 사람들이 보는 나의 모습은 어디까지 일까.
이모티콘 필터 속에 감춘 유나의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자신과 닮은 지이를 통해 유나가 느낀 자괴감을 감추기엔 필터가 꼭 필요했을 것 같다.
이따금 부끄럽고 스스로가 싫은 어떤 순간
유나의 [이모티콘 필터]로 잠깐 나를 감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3. 문이소 [우울할 땐 모하나] / 오정연 [최고의 언니]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내가 갖고 있는 나의 능력과 상대가 기대하고 있는 나 사이의 괴리에서 괴로워하던 소영이
나도 소영이였다.
상대의 기준에 부응하려고 애쓰고 혼자 고군분투했던 지난 날
내 옆에 모하나가 있었다면 나의 어린 시절도 조금 달랐을까?
내가 만들어내는 나
누군가가 봤을 때는 무색무취의 나라도 그 자체가 나인 것을
인정하고 그런 나를 사랑해 주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최고의 언니] 속 가을이는 누구보다 반짝이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늘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절망하며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 안타까운 아이다.
새봄이의 순수한 마음에 가을이가 마음을 열고
오르골 속 -모두가 꽃이야-가 흐르는 그 순간
세상은 다시 여름에서 겨울로, 다시 여름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모두가 함께 자란다.
4. 이루카 [소리는 메아리]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리의 보물
소리에게는 돌이 보물이다.
반짝이는 옥돌, 접기돌을 바라보는 소리의 눈빛과
요즘 아이들이 아이돌 사진을 바라보고 게임 캐릭터 이야기를 할 때의 눈빛이 뭐가 다를까?
그 모양과 가치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우리
소리와 메아리가 보낸 하루를 뒤 따라가며
내가 좋아했고 가슴속 나만의 보물로 간직했던 그 시절 어느 것들이 마음 속에 일렁였다.
곧 사춘기를 맞이할 아이가 있는 보호자와 그의 아이에게
이번 겨울방학 이 책을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