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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평점 :

박범신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박범신'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건 영화 <은교>이다.
<은교>를 쓴 박범신과 <두근거리는 고요>를 쓴 박범신은 같지만 나에겐 이제 다른 사람으로 기억될 듯하다.
제목을 보는 순간
'요즘 나 마음이 정돈되지가 않는데 이 책이 내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것 같다...'
누군가의 산문, 에세이, 수필을 보는 건 늘 즐겁다
가면같은 껍질을 한 겹 몸에 두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나는, 나만 속에 어둡고 무거운 것들을 잔뜩 갖고 사는 것일까 하는 자책감이 들 때 타인의 사는 이야기와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느껴지는 안도감이 있다.
'나만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마음속에 돌덩이 하나씩 이고지고 사는 거야.'라는 생각

그리고 더 세월을 쌓아 노년에 당도하면, 보통 가시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다. 잘 늙은 사람일수록 그러하다. 그이는 대체로 인자한 표정을 갖고 있으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슴속에 왜 상처가 쌓여 있지 않겠는다. 늙을수록 가슴을 횡으로 열어보면 상처가 만든 가시들이 더께로 쌓여 있기 쉽다. 그러나 밖에서 볼 때 그의 표정은 비교적 고요하고 담담하다. 그런 점에서 눈에 안 보이게 속으로 쌓인 가시의 덩어리야말로 아름답게 나이 든 노인의 표상일는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어 형광펜으로 긋고, 긋고 나서 다시 몇 번을 읽고, 다이어리에 적고도 계속 읽었다.
내 마음의 심지로 삼고 싶은 '고요하고 담담하다.'
어쩌면 나는 고요하고 담담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데 하루를 다 쏟는 것 같다.
그만큼 어렵고 완성될 수 없는 내가 그리는 나의 이상향이다.
짙은 초록의 단단한 대나무 같은 느낌, 그렇게 되고 싶어서 늘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 가벼운 에세이가 아닌, 한 줄을 읽고 나면 잠시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그 문장을 곱씹어 봐야 하는 조금은 무거운 구절들도 있지만 곱씹는 그 시간에 내 생각이 조금은 더 커진 것을 느꼈다.
술술 읽히는 글보다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이 내 정신에 영양을 듬뿍 넣어주었고 나는 어질했던 요즘 생활에 다시금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