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
안재훈 지음 / 윌링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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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에게 "창작의" 다음에 이어질 말은?이라고 갑작스레 질문을 던진다면 무엇이라 답하겠는가.

나는 "고통!"이라고 대답하겠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은 평소 우리가 하나의 단어처럼 익숙하게 쓰는 말이다.

'창작의 고통'하면 생각나는 직업을 꼽아보라면 작가가 먼저 떠오르고 그다음이 무언인가 볼 것을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책장에는 알 수 없는 책들이 정렬되지 않은 채 마음대로 쌓여있고, 바닥 역시 보던 책들과 자료들로 수북한 그런 작업실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머릿속으로 그려본 작업실이 책표지와 별로 다르지 않다.

길지 않은 글들과 감독님이 찍은 많은 사진들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 걸리지 않아 단숨에 읽어낼 수 있지만, 그 짧은 글들에 담겨 있는 뜻은 무거워 자꾸 생각하고 메모해 보게 된다.

그냥 넘길 수 없는 구절들이 많아 저렇게 많은 책갈피들을 꽂아 두었다.

p67

'다행이다,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만나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를 지나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나이가 되었다

난 아직 겨우 40대일 뿐이지만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이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서 하늘에 감사합니다를 외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p171

LP판

질릴 때까지 한 사람의 곡을 끊임없이 듣는다.

좋은 것만 골라듣지 않고 온전하게 전곡을 듣는다.

누군가의 생각이나 주변의 기운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 난 요즘 제일 멋져 보인다.

LP 판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이라는 인쇄물에 찍힌 글자뿐 아니라 그 안에 숨어있는 작가의 생각을 온전하게 느끼려고 한다.

무언가에 대해 온전히 알려는 노력, 그렇게 알아서 그것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갖는 것.

p180

해외 일정이 생기면 평소 사용하는

샴푸, 비누, 치약을 담아간다.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그날의 일정을 소화할 때면

가지고 온 샴푸, 비누, 치약을 사용한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상태를 유지하여

집중하기 위함이다.

감독님, 찌찌뽕입니다.

나 역시 긴 여행이든, 짧은 여행이든 내 몸을 정돈하는데 필요한 용품들은 짐이 조금 과하다 싶어도 모두 담아 가는 편이다.

그것들을 사용해야 여행 중에도 평소의 '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나만의 강박이다.

'견딘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바보같이, 미련하게 견딘다는 부정적인 의미보다 진득하게 무언가를 뭉근하게 해나가는 사람.

책을 읽는 내내 감독님의 '견딤'이 느껴져 참 좋았다.

나도 오늘을 견디고, 내일도 견디어 보겠다.

그것이 홀로여도 외롭지 않다.

그렇게 홀로 견디어 내는 사람들만이 갖고 느낄 수 있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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