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 - 와인과 삶에 자연을 담는 프랑스인 남편과 소설가 신이현의 장밋빛 인생, 그 유쾌한 이야기
신이현.레돔 씨 지음 / 더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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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내 마음에 꼭 드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은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마음에 꼭 드는 책이었다

요즘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제목, 간결한 책 속의 나눔 명조 글씨체(마루 부리인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따뜻한 색감의 그림들과 사진 그리고 시골살이에 진심인 나에게 행복감을 주었던 작가의 생활 이야기들

도시에서의 삶이 힘들어지면 도시인들은 쉽게 "아, 시골 가서 농사나 지을까"라고 한다

시골 가서 사는 것도 힘든데 거기다 농사까지 지으며 살려면 얼마나 힘든 건지 알게 된다면 함부로 하지 못할 말이다

시골에서 살고 있지만 난 아직 농사를 짓고 있지는 않기에 작가의 삶이 더욱 궁금했다

맨땅에 헤딩하듯 땅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부터 와인을 제조하기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레돔(작가님의 남편)의 성실함이 좋았다

그리고 그 땅에서 난 과일로 만든 와인 맛이 정말로 궁금해졌다

p26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학도 그렇다. 둘 다 생존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술 안 마셔도 살 수 있고, 글 안 읽어도 잘 살 수 있다. 살기 위한 것이 아닌 가외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술을 빚거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인생 무용지물의 아름다움에 취한 사람들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글도 있고 삶을 개척하고 인격을 함양시키거나 지적 수준을 높여 주는 등의 실용적인 글도 있지만, 문학의 순수한 존재 가치는 나만의 조용한 기쁨을 느낄 때다. 침대맡에 앉아 두꺼운 소설책을 읽으며 밤새 인물들을 따라가는 것은 생존과 관계없다. 술을 마시는 것 또한 그렇다. 무용한 즐거운 짓에 빠지는 것이다.

'나만의 조용한 기쁨'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누구나 같지 않다

책을 한 권 더 읽는다고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책 한 권을 덜 읽었다고 해서 못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을 다 읽고 났을 때 '나'는 그전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책을 읽는다

무엇이 달라진 거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그 풍요로움

p271

언제부턴가 나는 술을 마실 때 '얼마나 맛있는가'보다는 '얼마나 내추럴한가', '얼마나 신선하고 살아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음식 또한 입에 짝 붙는 맛보다 재료 본연의 특징을 살리려고 애쓰는 요리사가 더 좋다. 바다에 가서 수영하며 우주의 감촉을 느끼고 열대 나라에 가서 파파야를 먹으며 그 땅의 열기를 느끼며 사는 것이 인생이지만, 실제 우리 인생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땅과 바다가 하늘을 느끼는 것은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살아가느라 정신없다. 가엾은 인생이다.

그런 와중에 냉장고에 내추럴와인이 한 병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 그것을 한잔 마셔야지 생각하면, 인생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한 잔 마시면 숨이 쉬어진다. 그렇다고 강요할 생각까진 없다.

'내추럴'은 나에게 힘을 뺀 어떤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억지로 맛을 내기 위해 무언가를 더 넣은 게 아니라 그냥 힘을 쭉 빼고 그것이 갖고 있는 그 자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맛을 내기 위해 무언가를 더 얹는 삶을 살아냈다면, 집에 있는 냉장고에 시원한 내추럴와인을 한 잔 떠올리며 무언가를 덜어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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