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 - 네덜란드의 탄력근무제에 깃든 삶의 철학
린자오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자극적이다

'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

제목을 듣고 갑자기 슬퍼졌었다

요즘의 내 상황과 오버랩된 책의 제목

일하던 동료가 갑작스럽게 병가를 내버려 그녀의 일 중 많은 부분이 내 몫이 되어버렸다

기간제 선생님을 구하고 있지만 구해지기 전까지는 그 일은 나의 일이 되었다

처음 며칠은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고되지고 짜증도 나고 그렇게 조금씩 마음 상태가 변하더라

내가 맡은 일을 내가 하는 건 당연하지만 누군가의 빈자리를 남은 사람들이 메꿔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부당한 일이기도 하다

"직장에 내 몸을 갈아 넣지 마세요"라고 책 표지에 적혀 있지만 요즘 난 학교에 내 몸을 갈아 넣고 있다

퇴근하면 마음과 신체의 에너지는 제로 상태다

남은 에너지가 없으니 막상 집에 가서 내 아이를 살뜰히 보살펴 줄 힘도 없다

이랬던 요즘 상황에서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상황이 더 서글퍼지는 건 왜일까?

네덜란드의 합리적이고 개인적인 삶의 철학이 내게는 지금 절실히 필요하지만 여기는 대한민국이니까, 네덜란드가 아니니까

 

 

 

 

 

p26

실용성을 추구하는 그들은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그걸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해결안을 찾는 데 집중한다. 남을 탓하고 비난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감정과 이성의 저울에서 늘 감정 쪽으로 치우치는 나에게는 정말 부러운 태도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하고 다음 상황으로 나아가는 게 현명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다

현재를 살고 있지만 과거의 지나간 실수들이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미래의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미리 걱정하는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내가 저지른 실수를 곱씹으며 그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려놓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해결안을 찾는 데 집중하는 멋진 여성, 내가 바라는 '나'

그런데, 이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모두가 이런 마인드를 갖고 일해야 나도 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다시 한번 네덜란드를 부러워해본다)

 

 

 

 

 

p208

휴가의 기능은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그동안 쌓인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래야 회사로 돌아왔을 때 다시 집중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여긴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동료들은 확실히 출근하는 걸음걸이가 매우 가볍다. ···뭐라고? 실업 상태에서도 휴가를 간다고? 그렇다. 직장을 잃었다고 해서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좌절하고 있으면 구직 활동을 할 의욕이 생길 리 없다. 그러므로 실업자들에게 다시 구직에 나설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네덜란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또 한 번 네덜란드인이 부러워진다

실업 상황에서도 구직에 자신감을 얻기 위해 휴가를 떠난다니, 일하며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여건들로 인해 휴가 한 번 제대로 떠나기 어려운 상황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동 시간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이고, 반면 휴식을 취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퇴근 후에는 가정에서의 가사 노동이 기다리고 있고, 주말 역시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육아로 평일 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낸다

오히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더 편하다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쉬는 시간을 내지 못하고, 휴식 시간이 생겼다 할지라도 양질의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경우가 많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모르는 한국인이 많다는 기사들을 많이 보았다

쉬는 것도 배워야 하는 건가 싶다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나의 마음 그대로를 따라가는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고, 이런 휴식을 누리고 나면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네덜란드로 가고 싶다'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고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그들의 마인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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