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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해외 여행이 다시 활발해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일본'이다
일본의 정적이고 단정한 그 무언가가 좋아서 평소에 마음이 복잡할 때면 일본 영화를 보고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특히 그들의 '부엌 문화'가 참 마음에 든다
고급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따듯한 질감이 느껴지는 패브릭, 조금은 오래된 것 같지만 정감이 느껴지는 싱크대, 소박하게 음식을 만드는 재료들이 참 좋다
주방 뿐 아니라 그들의 방을 꾸미는 아이디어들도 마음에 든다
그래서 그 영상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또, 일본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초밥'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맛난 초밥을 먹을 수 있지만 눈이 많이 쌓인 추운 겨울날 유명하지 않은 일본의 작은 마을에 있는 초밥집에 가서 따뜻한 우동과 초밥을 먹는 생각만해도 배가 부르고 행복해진다.
또 다른 이유는 일본 사람들의 특성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인터넷에 실린 글에 의하면 일본에서 편의점 도시락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한마디의 말도 필요 없다는 거죠
다들 느껴본적이 있지 않을까?
백화점 매장에 들어갔을 때 나 혼자 자유롭게 이 옷, 저 옷 구경하고 싶은데 점원이 내 옆으로 와서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면 부담스러워져서 얼른 나가고싶어지는 마음.
물건을 살 때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내가 먹고 싶은 도시락을 아무 말 없이 살 수 있는 자유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싶다
주인장인 세키구치 이치로씨는 긴자가 예전같지 않다고 해도 양복점이건 커피집이건 작은 가게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가게는 다 버티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말합니다. 모든 일에 이 말은 적용될 것 같습니다.
일본은 유독 대를 이어서 하는 작은 가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가게들을 보면 10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오래된 가게의 안과 밖이 오래되서 구식이라는 느낌보다 손때가 묻어 부드럽게 닳은 따뜻한 느낌이다
그런 가게들이 대를 이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그들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가게를 위해 한 공부가 아닐까?
돈을 더 많이 벌려는 욕심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더 맛있는 음식,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말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인간을 서두르지 않게 만든다. 마음이 안정되어 있어야 생각이 바르게 되고, 생각이 바르게 되어야 바른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다산 정약용은 '차를 마시는 국민은 흥하고, 술을 마시는 국민은 망한다'고 했다.
'다도'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것은 높은 빌딩보다는 바람 소리가 스며든 초록 나무들이고,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보다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편안히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이다
차를 우리고 천천히 마시며 빨리만 해야 하는 일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는 차를 마시는 시간
돈은 조금 덜 벌어도 내가 생각한 대로 안전과 소신을 지키면서 일을 한다는 것, 이런 생각은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안전 사고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작업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의 목숨을 쉽게 생각하는 상황
우리가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야할 이야기가 아닌가싶다
얇고 작은 책이라 이틀만에 읽어버렸지만 한꺼번에 쭉 읽지 않고 한 꼭지씩 아껴서 읽었다
일본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 책을 읽고 더 커져 버린 느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