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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이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먼저 작가에 대한 선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이력에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몇 번을 읽어야 델핀 오르빌뢰르라는 작가는 어떤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었다.
제목은 <당신이 살았던 날들>, 부제는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이다
작가가 보아왔던 많은 죽음을 작가가 갖은 세계관으로 이해한 '죽음'에 관한 글이다
나는 항상 애독자들에게 당부한다. 그들이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건 간에 그로 인한 고통 외에도 생경한 현상을 경험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그 현상이란 말의 공허함과 말하는 사람들의 서투름이다. 당신을 조문하러 오거나 그곳에서 당신과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당신을 위로한답시고 실언을 하기 일쑤이고, 간혹 망발까지 내뱉는 결례를 범한다.
이 부분을 읽고 머리를 스치는 장면이 있다
장례식에서 죽은 분의 연세가 보통 사람들이 오래 사셨다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연세에 돌아가신 분께는 '호상'이라는 표현을 쓰더라
도대체 얼마나 살다 가시면 이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호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걸까?
200살을 살았다 하더라도 죽은 이와 죽은 이의 가족에게는 슬픈 상황일 텐데 말이다
"지금부터 시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거야. 시간은 더 이상 헤아려지지 않아, 다른 것들처럼. 매시간이 천 년이고 새로운 한 주가 백만 년 지속될 수 있다고 함께 결정하자." 이 순간에 우리 두 사람은 최종 시한을 거부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억지로 시키려 하는 카운트다운에서 벗어나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자유를 지키기로, 유한성을 영원성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글쓴이의 친구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됐을 때 작가와 친구가 나눈 이야기이다
남은 시간을 절대적인 수치로 여기지 말고 우리 둘만의 상대적인 수치로 생각하자는 뜻인듯하다
지금 나에게 무한한 듯 남겨진 삶의 여생은 결코 무한하지 않고 그 언젠가 죽음을 맞아야 하므로 모두의 남은 생은 유한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아직은 죽음은 먼 것이라 여기고 남은 삶을 무한하게 느낀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 버리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삶의 끝은 정해져있고 그 남은 기간만 다를 뿐이다
남은 기간이 1주일이든 1년이든 그 끝을 희미하게라도 느끼며 살아야 한다면 그 남은 삶을 나는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아직 40대이니 30~40년의 생이 더 남았다고 상상하면 조급한 마음에 숨통이 트이고 조금은 여유로워지지만 남은 생을 1년이라 생각해 보니 누군가 내 뒤를 바짝 붙어 쫓아오는 느낌이다
남은 1년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10년처럼 보낼 수 있을까?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1초까지 싹싹 긁어모아 알차게 쓸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화장은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유대 문화에서는 여전히 극도로 터부시되며 보수파 유대교에선 엄격히 금기시한다. 화장을 거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주검을 예우하는 원칙 때문이다. 육체는 반드시 흙으로 돌아가야 하고, 육체가 부패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영혼이 지상에 머무는 동안 영혼을 감싸준 육체를 존중하는 뜻이 담겨 있다. 화장은 고인에게 가하는 극도의 폭력으로 간주되며 산골은 유가족에게, 유대교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묵념의 장소를 제공할 가능성을 박탈한다.
친정엄마가 언젠가 이런 말을 하셨다
"엄마는 죽어서 불에 태우는 거 무서워. 난 그냥 땅에 묻어줘. 한 번 죽었는데 또 죽는 느낌일 것 같아."
죽어서도 영혼은 살아있다는 전제를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일 것이다
나도 엄마와 같은 생각이다
내 육체는 죽었지만 내 영혼은 살아있는 것이라면 저 뜨거운 곳에서 또 한 번 고통을 느껴야 하는데 얼마나 무서울까?
하지만 죽음으로 육체와 영혼이 모두 사라진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생각이 우스울 수도 있겠다
책을 읽고 화장에 대해 생각해 보며 이런 어리석은 바램을 가져본다
'죽고 나서는 아무 느낌도 생각도 갖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죽고 나서까지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면 그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죽음'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것은 조금은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죽음'을 맞아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좀 더 오픈해서 얘기 나누며 '죽음'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출판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