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童話)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동화를 읽는 독자층이 어린이만에 국한되지 않고 확장되는 분위기이다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도 많아지고 동화에서도 감동을 느끼는 어른들도 많아진 요즘이다
<2022봄 우리나라 좋은동화>에 실려 있는 아홉 편의 동화들을 읽고 나서도 어른 책 못지않게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다
나도 분명히 거쳐왔던 어린 시절인데 성인이 된 이후로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재밌었고 이제는 부모의 눈으로 10대가 된 아이의 모습을 동화를 보며 겹쳐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항상 책의 프롤로그 부분을 보고 대강의 책에 대한 느낌을 갖고 시작하는데 이 책은 선정위원이 쓴 '심사의 글'로 책이 시작된다
동화책을 알사탕 통으로 표현하다니!
이 구절을 읽자마자 어렸을 때 종합선물세트에 많이 들어있던 '사랑방선물'이라는 파란색 통에 들어있던 사탕이 생각났다
예쁜 색의 사탕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던 통을 열어 하나씩 맛보던 행복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내가 먹고 싶은 사탕 색을 고르듯 동화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즐거움

김우주 <빛나를 소개합니다>
9편의 동화 중 읽고 나서 먹먹함에 몇 분을 멍하니 있게 했던 동화다
언니 미래와 동생 빛나의 엄마는 도박에 빠져 살다가 전 재산을 탕진하고 미래가 초등학교 입학 전 집을 나가버렸다
어느 날 동생 빛나는 '____를 소개합니다!'라는 종이를 학교에서 받아온다
이 종이의 질문들은 누가 봐도 학생의 집안 환경을 파악하려는 담임 선생님의 생각 없는 질문들이다
가족 관계/부모님 직업/부모님 학력/자택,전세,월세/장래희망
솔직하게 적는다면 가족관계에서 엄마를 빼야 하고, 아빠는 고졸에 대리운전기사라고 적고 월세에 동그라미를 해야 한다
저학년일 때 언니 미래도 학교에서 선생님이 이런 종이를 주신 적이 있었고 아빠는 그때 모든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해서 보내는 바람에 미래는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어야 했다
동생도 그런 상황이 되는 건 싫다
그렇다면 질문에 대한 답에 거짓을 적어 보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집안 사정을 거짓으로 적어 보내면 빛나가 학교에서 가져온 '방과후학교 무료 수업 신청서'에 뽑힐 확률이 적어질 것 같아서 또 고민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곤히 자고 있는 동생 빛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래는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아예 대놓고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던지시고 손을 들어보라고 하셨던 것 같다
아직 어렸던 아이들은 알고 있는 그대로 솔직히 손을 들었고 선생님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 이후 아이들에게 편견을 갖고 대하시는 선생님들이 꽤 계셨던 걸로 기억한다
이랬던 선생님들에 대해 내 솔직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 글이 삭막해질까 봐 마음속으로 삼킨다
아이들은 자신이 태어날 환경을 정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의 가정 환경이 그 아이와 동일시 되버리는 안타까운 현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내가 오히려 울컥하거나 감동받은 적이 많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고 어른들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아이들이 상처받는 동화를 읽을 때면 미안해지기도 한다
짤막한 동화 9편이 들어있는 <2022봄 우리나라 좋은동화>를 어른의 입장에서 읽으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봐주고 그들만의 눈높이에서 이해해 주는 멋진 어른이 돼야겠다고 반성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