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끔 나에게 "종교가 뭔가요?"라고 물으면 난 주저함 없이 "가톨릭이요, 성당 다녔어요 출산하고 지금은 냉담 중이지만...."이라고 대답한다
출산하고 성당에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고 있지만 마음의 힘든 일이 생기면 주변의 성당을 찾아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곤 한다
그리고, 절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일단 고요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절의 그 고요한 바람 소리가 좋고 북적이지 않은 한가함도 좋다
절도 일요일에는 불자들로 북적이겠지만 나는 그런 시간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절이 좋다
절에 가서 그냥 의미 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스님의 말씀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 자기 계발서에서의 '나' 챙기기가 읽고 나면 '누구보다 내가 소중해, 그러니 내가 최고 우선이야'라는 메시지를 주로 준다면 스님들께서 쓰신 글들을 읽고 나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자연의 이치처럼 그냥 받아들이세요'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자기 계발서의 '나' 챙기기도 좋지만 스님의 이런 메시지도 좋다
줏대 없어 보이지만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하나의 잣대로만 살 수 있으랴
문제마다 써야 하는 공식이 다른 것쯤으로 이해하면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가끔 '나'를 더 생각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그냥 물 흐르듯이 두어야만 해결되는 상황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