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 - 지금 내 앞에 있는 좋은 것을 보게 해주는 혜안의 글
성전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가끔 나에게 "종교가 뭔가요?"라고 물으면 난 주저함 없이 "가톨릭이요, 성당 다녔어요 출산하고 지금은 냉담 중이지만...."이라고 대답한다

출산하고 성당에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고 있지만 마음의 힘든 일이 생기면 주변의 성당을 찾아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곤 한다

그리고, 절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일단 고요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절의 그 고요한 바람 소리가 좋고 북적이지 않은 한가함도 좋다

절도 일요일에는 불자들로 북적이겠지만 나는 그런 시간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절이 좋다

절에 가서 그냥 의미 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래서 스님의 말씀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 자기 계발서에서의 '나' 챙기기가 읽고 나면 '누구보다 내가 소중해, 그러니 내가 최고 우선이야'라는 메시지를 주로 준다면 스님들께서 쓰신 글들을 읽고 나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자연의 이치처럼 그냥 받아들이세요'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자기 계발서의 '나' 챙기기도 좋지만 스님의 이런 메시지도 좋다

줏대 없어 보이지만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하나의 잣대로만 살 수 있으랴

문제마다 써야 하는 공식이 다른 것쯤으로 이해하면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가끔 '나'를 더 생각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그냥 물 흐르듯이 두어야만 해결되는 상황도 있는 법이니까

· 세상사 모두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마음 한번 먹기에 따라 한세상이 무너지고 한세상이 출현합니다. 마음에 따라 수억의 부처가 출현하고 또 수억의 세상이 탄생합니다._p25

· 삶을 받아들이고 그 삶이 우리를 통과하도록 조용히 기다리리 수 있다면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살아갈 것입니다._p71

· 바다의 저 깊은 곳이 나고 드는 물결을 그냥 지나치듯이 우리 역시 미움과 걱정이 그냥 지나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_p88

· 바람은 숲을 키웁니다. 바람을 견디지 않은 숲은 없습니다. 숲은 흔들리며 커갑니다._p89

· 수행자는 달빛과 같이 그 마음이 언제나 유연하고 착해야 합니다. 수행을 하면 반드시 그런 마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달빛과 같은 표정으로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_p118

· 집착하면 시간의 부림을 받지만, 집착을 버리면 시간을 부리고 살 수 있습니다. 쫓기며 사는 사람들은 마음에 흐린 구름만 더 얹을 뿐입니다.

· 삶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의 인생 여정은 어느 수행자의 행적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_p141

· 조금만 참고 있으면 다 지나가는 것을 우리는 참지 못해 고통을 안고 살아갑니다._p198

·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렇게 담담히 받아들이면 머지않아 모은 것들은 스스로를 해소하고 행복이 되고 열반이 되는 것입니다._p199

·아무래도 좀 외롭게 살아야겠습니다. 삶이 너무 번거로우니 영혼의 눈이 흐려지는 것만 같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맑은 시간대를 찾아가야겠습니다._p204

성전 스님께서 책에서 반복해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을 내 나름대로 꼽아 보자면 '삶을 받아들여라, 그냥 내버려주어라' 인 것 같다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저항하게 되고 저항하는 나만의 이유를 찾게 된다

살면서 수시로 나에게 찾아오는 번뇌들을 마치 내 것이 아닌 양 모른척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평화로울까

스님이 얘기하신 '달빛과 같은 표정'을 마음으로 그려보았다

그리고 거울로 내 얼굴을 보았다

달빛과는 전혀 닮지 않은 모습이다

꼭 달빛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제 나도 나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이니깐 부드러운 인상을 갖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워낙 웃는 표정에 인색한 나인지라 더 많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자 다짐하지만 한없이 어색함만 느껴진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살아온 모습이나 그 사람의 성품이 느껴진다는 것은 어찌 생각해 보면 참 무서운 일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내 얼굴을 통해 나를 들켜버리는 느낌이랄까

스님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나에게는 살이 되고 피가 되었다

마음이 번잡해질 때 다시 꺼내서 읽어봐야지


#에세이

#좋은건다네앞에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