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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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책을 읽기 전에 일단 작가님에 대해서 서치를 한다.

엇, 변호사님이시네, 그런데 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셨고

앗, <너는 나의 시절이다> 쓰신 분이셨네.

책 제목부터 좋았는데 작가님을 알고 나니 책에 더 애정이 간다.

앞표지에는 책이 쌓여있는 책상 위 예쁜 스트라이프 머그잔이 놓여있고 글 쓰는 직업을 갖은 듯한 사람이 열심히 펜을 들고 쓰고 있다.

뒤표지에는 앞표지 그림에서 글 쓰는 사람만 빠져있다.

표지도 너무 좋은데.

내가 좋아하는 책상, 책, 머그잔, 독서대, 작가가 있는 그림이라니.

그리고 추천사를 김겨울 작가님이 써주셨네, MBC 라디오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도 즐겨 듣고 겨울 작가님의 유튜브도 즐겨보는데.

작가님이 처음부터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첫 문장 쓰기의 어려움이다.

첫 문장을 일단 쓰고 나면 내가 쓰고자 하는 글쓰기의 반 이상을 해낸 것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도 무언가를 쓸 때 가장 많이 뜸을 들이고 생각하는 게 첫 문장이다.

첫 문장이 일단 써지면 나침반으로 방향은 잡은 것과 같다.

첫 문장을 나침반 삼아 이제 쭉 나아가면 된다.

하지만 그 나침반이 방향을 잘못 가리킨 것이었다면 그 글은 점점 나도 모르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는 경험 누구나 있지 않을까?

첫 문장으로 내가 쓸 글의 방향을 정확히 잡으면 그때부터는 내 생각을 뻗쳐 부드럽게 써나가면 된다. 그러다 막히는 순간이 오면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 글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또다시 써나가면 된다.



어떤 구체적인 구상을 가지고 자리에 앉기보다는, 일단 자리에 앉으면 먼저 손가락이 움직여나가고, 그래서 손이 마음을 이끌고, 마음이 머리를 이끄는 그런 '자세'에 대해 아는 것이 언제나 글 쓰는 일의 출발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_ p8

너무너무 1000%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떤 글을 써야지라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계획보다도 일단 엉덩이 붙이고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열어 키보드를 두드리든, 연필을 들어 종이에 글씨를 쓰든 먼저 자세부터 잡아야 한다. 그렇게 자세를 잡으면 손이 움직이고 내 머리는 손과 함께 말랑해지며 글을 써나간다. 무슨 얘기를 쓰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를 만큼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어도 일단은 써본다. 그리고 머리가 멈춰 더 이상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으면 지금까지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본다. 어머나,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이만큼이나 썼네 할 만큼의 글이 모니터에서 깜빡이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일단 앉아서 노트북을 열자. 그리고 뭐든 끄적여보자. 그 가운데 건질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 거야."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였다. ···나는 이것이 삶 전체에 적용되는 말이라도 생각한다. 무엇이든 계속하면, 그것은 세상에도 나에게도 중요한 것이 된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면 그것이 곧 중요한 것이 된다. 반대로, 계속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중요한 것이 되지 않는다. _p99

이 부분을 몇 번이나 읽고 곱씹어 보았다. 세상은 그리 신경 쓰지 않지만 나는 그냥 무던하게 해나가고 있는 것. 블로그에 글쓰기와 다이어리 쓰는 일이다. 다이어리를 쓴지는 20년이 넘었고 블로그는 10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몇 년 전 어떤 일 때문에 비공개로 해두고 나 혼자 보는 글을 썼다가 올해 중간쯤 다시 블로그를 열고 그때부터 썼던 글은 공개를 했다. 블로그 이웃수가 많지도 않고 하루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도 적지만 그냥 꾸준히 쓰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만 보는 것도 아닌 글들을 진득하게 쓰고 있다. 글 쓰는 재주가 뛰어나지 않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써나가다 보면 나에게 제일 소중한 일이 될 거라고 작가처럼 생각한다. 아니, 이미 나에게는 블로그와 다이어리 쓰기가 너무나 소중한 일상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 뚜렷해지는 건 나는 글쓰기를 계속 해나갈 것이고 실력이 늘든 늘지 않든 나에게 글쓰기는 더 중요하고 소중해질 것이라는 것.

글쓰기를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여기지 않고 가볍게, 심각하지 않게 앞으로도 써나가야 겠다는 용기를 얻는다.

​#에세이

#우리는글쓰기를너무심각하게생각하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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