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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피아노가 좋아서 - 문아람이 사랑한 모든 순간 ㅣ 그저 좋아서 시리즈
문아람 지음 / 별글 / 2021년 11월
평점 :
'그저'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처음부터 좋았다
국어사전에서 '그저'의 뜻을 무엇일까 찾아봤더니 '변함없이 이제까지'란다
사전을 찾아보고 나니 그 말이 더 좋아지고 마음에 착 감긴다
변함없이 이제까지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도 좋아한다
중간에 어떤 시련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그 길을 무던하게 가는 사람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제목을 두고 여러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
변함없이 이제까지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떠오르는 것은 독서와 다이어리 쓰기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고 봐주지 않지만 그냥 묵묵히 하고 있는 나만의 루틴

책을 한 번 휘리릭 넘겨본다
표지의 그림만 예쁜 게 아니네
책 사이사이 들어가 있는 그림들도 너무 마음이 포근해진다
발그레한 볼로 피아노 앞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소녀의 모습

"상황에 따라 드는 감정에 너무 오랫동안 취해 있지 말라고 말씀하신 게 아닐까."
-본문 중에서
작은 마을 교회의 음악회에서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중고 그랜드 피아노를 선물 받은 작가
행복한 기분에 취해 있는 소녀에게 작가의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매 마음속에도 새겨 본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기분에 빠져서 일상을 놓치게 되면 그 뒷감당 모두 당사자의 몫이다
언젠가 가수 아이유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좋았던 부분을 다이어리에 적어 두었었다
"이 기분 절대 영원하지 않고, 내가 5분 안에 바꿀 수 있어!"
나쁜 일이 일어난 그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그에 반응하는 내 기분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안 좋은 일에 빠져드는 내가 보이면 나도 얼른 최면을 건다

이 책의 그림 중 가장 소장하고 싶은 그림이다
아무도 없는 기차 창가에 앉아 의자 테이블을 꺼내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이었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하는 딸에게 먼 지역의 레슨을 받게 해주신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그날 배운 것을 빠짐없이 악보에 기록하며 기차를 최고의 음악 공부방, 인생 공부방으로 만들었다는 작가를 닮고 싶어졌다
결핍은 부정적인 기운이 드는 단어이지만 살면 살수록 결핍은 꼭 우리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경제적인 결핍이든 건강상의 결핍이든 부족함을 알아차렸을 때 그 상황 앞에서 좌절하면 그것은 '결핍'의 부정적인 면만을 흡수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 부족함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메꿔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무언가를 얻게 되고 그 상황을 오히려 뛰어넘어 성공으로 삼는 사람들을 책에서 많이 접했다
책을 덮으며 10살이 된 아이에게 얘기해 준다
"아빠, 엄마는 너에게 모든 걸 다 해줄 수는 없어. 그리고 모든 걸 다 해준다고 좋은 부모는 아니야. 모자란 부분은 네가 채워야 하고 그 선택마저 너의 몫이란다."
#음악에세이
#그저피아노가좋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