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대가 - 기후위기와 물가 그리고 명제국의 붕괴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8
티모시 브룩 지음, 박찬근 옮김 / 너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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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해냄에듀 역사팀 '장바구니에서 꺼낸 신간' 서평 이벤트 제공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몇 년 뒤에는 더위나 추위가 생존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기후변화가 몸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위기가 미래의 일만은 아닙니다. 역사 속에서도 기후가 인간 사회의 생존 조건을 뒤흔든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 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압력이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몰락의 대가(원제: The Price of Collapse)』는 바로 명말 기후 변화와 물가 급등이 광범위한 기아와 사회 혼란을 부추겼고 그것이 명의 멸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대담한 주장을 내놓습니다.

이 책의 저자 티모시 브룩은 캐나다 출신의 중국사학자입니다.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책임 편집자이자, 이 시리즈의 제5권 『곤경에 빠진 제국: 원명 시대의 중국』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명대의 사회, 문화, 경제를 아우르는 방대한 저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학자입니다.

거장이 내놓는 과감한 주장은 이 시기를 살았던 한 무명 학자의 회고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1620년부터 1640년에 걸쳐 크게 치솟은 물가로 어지러워진 세상을 한탄하며 "만력 연간에는 그러지 않았다는데"라고 읊조렸습니다.

만력 연간의 물가는 정말 안정적이었을까요? 저자는 정부 재정 문서는 물론 개인의 회고록, 기행문까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물가 자료를 집요하게 그러모아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에 이르는 물가 변동을 추적합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이 책은 경제사 연구로서 상당히 의미 있습니다.

다음으로 저자는 은의 유통과 글로벌 교역망이 중국의 물가 변동에 미친 영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동아시아사 교과서에는 '갈레온 무역, 일본의 은 수출로 은 유통량이 늘어나 물가가 올랐다'는 서술이 있는데, 저자는 이 통념을 반박합니다. 갈레온 무역의 비중이 당시 중국에서 이루어진 무역 규모에 비하면 미미했고, 무역 자체도 사치품 거래 위주여서 생활 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논증했습니다.

이렇게 만력제 시기 물가 변동의 구조를 꼼꼼히 분석한 저자는 1620년부터 164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 물가 자료를 분석합니다. 지방지에 흩어져 있는 물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전 시기와 비교하며 물가 상승의 패턴을 읽어낸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 할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명 멸망 직전인 1640~42년 사이의 기근을 집중 조명합니다. 이 시기는 소빙기 기후 변화가 중국에 들이닥친 시기로 여겨집니다. 숭정제 재위 기간 내내 불안정했던 물가 동향을 데이터로 보여주면서 이 시기 기근과 물가 급등의 특징을 검토합니다.

이 책은 '물가'라는 소재로 명말 사회 변동과 몰락의 원인을 실증적으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중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풍부한 사료에 담긴 사람들의 회고, 한탄, 돈 세는 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딱딱한 경제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읽기 어렵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물가 변동에 미친 영향을 확증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곡물 가격이 기후 충격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서인 것은 분명하지만, 물가에는 전쟁, 조세, 유통망, 행정 실패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물가 급등과 기후 급변의 시간적 동조성을 흥미롭게 보여주지만, 그 인과관계를 충분히 분리해 입증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서 소개한 마지막 챕터가 이 부분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 스스로 솔직하게 밝혔듯 시론에 가깝습니다.

'몰락의 대가'라는 번역본 제목도 마음에 걸립니다. 원제 The Price of Collapse는 몰락의 물가, 즉 명의 몰락을 초래한 물가 변동이라는 책의 소재를 그대로 다룬 것입니다. 동시에 몰락의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치른 대가를 함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price'의 두 가지 뜻을 활용한 말장난이자 책의 문제의식을 압축한 제목이죠. 하지만 번역본 제목은 이를 '대가'의 의미 하나로만 제시하며 원제의 중의성을 충실히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기후 변화가 과연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 시대에 명의 경험은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요? 한계가 분명하지만 기후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통찰과 질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 문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을 활용한 수업 아이디어>

1. 소빙기의 기상(기후) 이변과 기근 비교해보기

 책의 소재인 명말의 대기근, 경신대기근, 유럽의 기근 등을 비교하여 발표하는 탐구 활동

2. 기후 변화가 정말 물가 변동에 영향을 끼칠까?

 데이터를 수집하기 쉬운 최근의 기후 변화(평균 기온의 변화)와 물가 변동(물가 지수 또는 특정 품목의 물가의 변동) 사이의 상관 관계 탐색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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