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윤승철 지음 / 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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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ㅈl금까지 걸어온 이 길을 의심하진 마,
잘못 든 이 길이 때로는 지도를 만들어잖아.
잘하고 있어.

무인도에서의 비에겐 눈길을 주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그가 오면 세상의 일들이 달라졌습니다. 널어둔 것들을 걷고 빗물을 받을 틀을 세우러 뛰어야 했습니다. 그가 세상에 관심을 가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세상이 울리는 일이니 더 잘 들을 수 있게 비는 바다를 잔잔하게 만들고 그 울림을 수없이 넓게 퍼지는 둥근 파형으로도 설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간 내 손에서 너무 많은 삶들이 지나갔다. 해삼처럼 잡히고 나면 내장을 토하며 곧바로 죽음을 직감하거나, 끝까지 자기가 어떻게 될 줄 모르고 파닥거리는 생선, 바닷물 그대로 담긴 채 서서히 뜨거운 물에 삶기는 고동들도 그랬다. 매번 그들을 방치하거나 아무런 감정 없이 대한 것은 아닌지...'

가끔은 그랬던것 같아...

'정글도를 허리에 차고 언제 악어가 입을 벌리고 나타날지 몰라 긴장감으로 늪을 지나기도 하고 갑자기 튀어오르는 다랑어 떼를 지나 황량한 사막으로 간다. 설산을 지나 도달한 사막의 끝엔 다시 도시가 있고 한 빌딩의 방으로 들어간다. 굳게 잠긴 방의 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은 유일한 일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
 애초에 인간이 혼자였다면 울지 않았을까.
 도시엔 그렇게 문이 잠긴 방이 수두룩하다.'


- 우린 얼마나 많이 그 잠긴 방 앞에서 서성였을까...울컥, 온 마음으로 보듬어주고 싶다...

'생존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생명에 대한 이성을 가지면서도 그들을 시인의 눈으로 감싸는 형이 있어 나는 약간의 죄책감과 무게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형과 함께, 나는 지금 뉴칼레도니아의 작은 섬이다.....'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가야 할 것-시집!

혹여나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심하게 들 때 읽으려고 가져왔습니다. 내가 본 시인들은 대개 혼자인 것에 강한,강하다기보다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써둔 것을 보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입니다


-ㅋ 귀여운 발상- '또 물론 가볍기도 했고요'-극 공감! 슬며시 미소짓게 만드는 책...
'우주는 왜 수많은 은하계 중 지구를 선택했고, 에베레스트는 왜 에드먼드 힐러리를 선택했으며, 나는 왜 사승봉도를 선택했을까. 겨울의 사승봉도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내가 오겠다고 했을 때 잠시 바람을 멈춰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 당신은 왜 날 선택했을까...나는 여러 생각거리들의 후보 중 그 사람을 꺼내는 선택을 해버렸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무 그늘 아래 해먹에 앉으면 마주치는 하루의 민낯.
 
  멀리 보이는 섬과 섬의 간격을 생각해야 하고 파도는 어디서부터 내게로 오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겨울이지만 그물에 걸린 낙엽의 가을을 받아들이고 빈 그물에 걸린 바람 몇 마리를 풀어주는 것도 나의 몫이다. 물 빠진 해변의 모래 언덕을 오르는 것은 많은 체력을 요한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간신히 오르는 언덕의 정상에서 바람을 쐬면 오후가 된다.
  낭비하듯 내리는 햇살이 아까워 통에 주워 담는 것도 할 일이다.
 이들이 더 추워질 겨울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는지를 생각하며 통을 채운다. 깊게 박힌 것들을 캐내본다. 해변에 머리가 박혀 있는 앵커는 배에서 던져져 모래에 묻힐 때까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유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온 내게 버려진 자유시간 봉지가 주는 교훈도 받아 적어본다.
  
 수족관에서 흘러나온 부표가 지금 바다 위에 떠 있는 누추하고 뭉툭해진 낚싯바늘을 보며 결국 시간은 뽀족한 성질을 죽일 거란 확신. 
 
 사승봉도에 가져온 수첩이 메모로 꽉 찼다. 모쪼록 달빛으론 부족해 모든 생각들이 등대의 도움으로 자라는 것밖에 밝힌 것이 없다.'

읽을수록 더 좋다.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듯
무인도다운 무인도 시.....
그의 머릿속을 돌아 나오는 글들이 하나의 섬이 되어, 한편의 시가 되어 마음을 떠다니게 한다...
이 책은 진정 가을에 읽어야 더 제맛일 것 같다.
어느 계절인들  마음속에 띄운 무인도 하나쯤 없을까마는...
오늘따라 사무치는 무인도...


뒷부분으로 가면 진심... 별을 가두는 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너무 진지해서 꼭 해봐야 할 것만 같다.
별을 가둬 둬야 되는 걸까마는... 이 가을 무인도에 가고 싶다...

윤승철... 그는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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