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혼자일 때 행복할까 - 타인의 기대에 갇힌 이들을 위한 카운슬링
폴커 키츠 & 마누엘 투슈 지음, 홍성광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유명 연예인은 제자리에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보통 이러한 질문에 사람들은 거창한 미사여구로 자신을 포장하기 바쁘다. 또는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내가 있는 지금의 이 자리가 행복이다.”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행복은 지금 내 안에 있지 않고 도달해야 할 숙제로 바라본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내일은 행복해질 거야, 내년에는 더 나아지겠지.”하며 주문을 외운다. 이렇게 주문처럼 인간 내면에 맴돌고 있는 행복지상주의는 결국 강박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진짜 행복을 찾아 떠난다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변질돼 자신의 목숨도 과감하게 던지는 현상이 지금 사회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행복은 분명 긍정의 단어인데, 이 단어에서 오는 부담감이 오히려 삶의 종지부를 찍는 도장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책꽂이에서 <우리는 왜 혼자일 때 행복할까>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 제목만 봐서는 은둔형’, ‘왕따등이 생각났다. 그들이 왜 혼자가 되었고, 왜 그들은 자신을 홀로 가둬 가며 만족을 느끼는 가 정도로 짐작했다. 하지만 책장을 여는 순간 반전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왕따, 은둔형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의 존재감 없이 분주하게 다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내 생각, 소신은 접어 둔 채 남의 의견, 상황만 봐주다가 결국 나의 만족감과 행복은 다음으로 기약해야 하는 일상들이 머릿속에 돌아가고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정작 나는 고민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철저히 타인의 삶을 살면서 나의 행복은 풀리지 않는 미제 사건으로 쌓아놓기만 했다. 내 자리를 찾아야 했다. 제자리에서의 진정한 행복을 찾고 싶었다.

 

여러분이 성실하다면 새로운 삶은 언제나 이미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자산으로서 각자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자각하지 않았을 뿐이지요.

우리는 전문가로서 단지 구조적인 면에서 여러분을 안내했을 뿐입니다.

자신이 직접 분석하고 새로 배치해서

조화로운 전체 모습으로 변형시킨 모든 정보,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장기 기억에서, 잠재의식에서 나왔습니다.

새로운 삶은 단지 내 안에 숨어 있었을 뿐입니다.

이제는 그렇게 은폐된 모든 세세한 일을 당신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즉 어떻게 새로운 삶의 국면으로 넘어가는 길을 트고,

필요한 경우 세분해서 미리 대비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_본문 206쪽 중

 

이 책은 이론을 따져가며 인간의 심리 현상을 보여 주고 그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존 평면적인 심리책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기반으로 내가 그 속의 주인공이 되어 현상을 경험하면서 공감하고 문제해결의 길도 찾아갈 수 있게 입체적으로 코칭해 줬다. 그러면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누구한테 어떤 식으로 설명하기 힘든 내면의 고민들을 콕콕 찌르면서 진짜 나를 찾게 해 주는 행복한 여행이었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 크게 불만 없이 지극히 평범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방치돼 있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 이름은 타인의 삶에 묻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가정을 위해 자신을 버려 가며 열심히 직장에서 눈치 보고, 때로는 강단 없이 이리저리 붙어 다닐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삶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고군분투하는 삶을 보여 줌과 동시에 발아래 떨어진 행복 또한 찾게 해준다. 항상 손에 닿을 듯 말 듯 도망가기만 했던 행복이 내 발 아래에서 잡아달라고 손 내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해준다. 그리하여 진정 내 삶을 그려가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준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접근한 책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마지막 장을 덮는 마음 또한 행복이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발아래, 손 안에 있는 행복을 행복이라 인정하지 않고 타인의 눈치만 보며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신세한탄만 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은 90도로 고개만 돌려도 반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그 행복한 기대감으로 자신을 이리저리 세상의 중심에 세워 삶을 완성해 간다면 진정 내가 삶에 존재하는 행복한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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