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은희경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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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리마스터판

은희경 소설집 / 창비


거기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야

사는 곳도 다르고 천적도 다르고

서로 다른 존재들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야


13년만에 새로운 표지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 온 은희경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출판사 창비에서는 출간된 지 10년 이상이 된 소설들을 리마스터링해서 재출간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이나 사회 초년생 시절에 읽던 책들을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읽으니 더 반갑다.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씩이나 돌려 보고

좋아하는 음악도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찾아 듣고

좋아하는 책 역시 제일 가까운 곳에 손을 뻗어 자주 읽는 나에게는

이런 리마스터판 출간 소식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었다.

영화나 음악으로 화질과 음질을 개선해서 다시 선보이는데

책 역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책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들을 작가가 직접 수정하고 순서도 재구성해서

이전과의 차이를 두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책표지역시 세련되게 변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차례.

이전과 달라진 소설의 순서가 인상적이다.

특히나 이번에 가장 마지막에 배치된 '의심을 찬양함'이라는 단편은

구 버전에서 제일 첫 번째 순서로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생각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소설이 여러 편 삽입되어 있는 소설집의 경우에는

앞의 소설들이 책 전체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소설을 먼저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작품의 느낌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은희경 작가 특유의 생활 밀착형 내용들과

담담하지만 희비가 엇갈리는 이야기들 모두 가슴 깊이 다가왔다.

특히 13년 전에 나온 글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다.

이번에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리마스터판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소설을 꼽으라면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다.

13년 전에 쓰인 글인데도 2020년인 지금과 달라는 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 사람들의 고민과 외로움, 후회조차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제 더이상 '잘 가라, 내 청춘'이라는 문장을 쓰기 거북한 처지가 되었고

그야말로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걸 자주 느끼지만

나는 여전히 고독을 발견하며 의심을 찬양한다.

그것이 소설이라는, 여전한 나의 날씨이다. 날씨야. 너만 믿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새로운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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