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도 괜찮아 1
권교정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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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권교정님은 학원물을 참 잘 그리시는 것 같습니다. 일본작품들 중에서도 학원물을 재미있게 본 것은 꽤 있지만, 아무래도 정서가 다르다 보니까 그리 큰 공감은 가지 않거든요. 그래서 학원물쪽은 한국 작품을 즐겨보는데, 그 중 권교정님의 작품은 유난히 제 애정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아 그때 그랬었지'라고 느끼는 부분이 참 많이 나옵니다. 학교생활을 묘사한 것도 그렇고, 책속 인물들의 생각도 '맞아~'라고 소리칠 정도로 어쩜 그렇게 잘 표현하셨는지...

야자라던가, 축제라던가 읽다보면 어느새 새록새록 기분 좋은 추억에 젖습니다. 이 '어색해도 괜찮아'는 학원물입니다. 그리고 학원물 특유의 삼각관계도 등장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화에서 존재하는 악역이 여기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미워하고 싶어도 각각의 인물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 놓아서 미워할 수가 없지요. 그림이 어색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읽다보면 이 그림이 발산하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읽으면서 특히 재미있었던 내용은 긍하가 음악실기시험을 치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음악실 풍경과 음악선생님의 행동, 아이들의 반응도 마음에 들었지만-오히려 공감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 긍하의 목소리와 '귀를 기울이다'의 그 노랫소리가 비슷하다는, 그래서 어떤 목소리일까 상상하는 것은 기분을 아주 좋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실제로 직접 '보리밭'을 부르다가 주위의 핀잔을 사기도 했지요.

약간의 불만도 있었는데, 만화 속에서 다른 만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좋은 효과를 가질 때도 있었지만-목소리 비교라던가, 일기장..-, 어떻게 보면 강요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해서- 제가 재미없게 본 작품을 책 속 인물들이 재미있었다고 자꾸 말하니- 약간의 거리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을 이야기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우선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고, 과장되지 않은 인물들의 행동과 전개가 잔잔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권교정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읽어보시면 여러분도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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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대지 1
에이지 카자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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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는 많은 골프만화들이 나와있는데, 그중 이 바람의 대지는 보다 성인취향에 맞춘것 같다. 그림체도 그렇고, 내용도 연수회에서의 나이제한이라던가, 캐디일 등 다른 골프만화와 달리 현실적이고 진지한 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오키타는, 대부분의 스포츠만화의 주인공이 천재인 것처럼, 상당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1년만에 골프를 그렇게 잘하게 되다니..- 하지만 너무 뛰어난 천재거나 재능만 믿어서 거부감을 주기 보다는, 항상 노력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거기에 착하고 순수함까지 더한 오키타를 보고 있으면 절로 응원을 하게 된다. 또,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오키타가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지거나 평범함 보통 사람으로 느껴져서 더 정이 간다.

이 책을 더 재밌게 보았던 것은 각 장이 끌날때마다 (만화의 소재가 골프라서 각 장을 라운드로 하고 있다.) 한편의 시처럼 서술되어있는 글때문이다. 이 글들은 각 장들을 편안하게 마무리 하면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제목을 '바람의 대지'로 지은 작가의 안목을 보더라도 내용이 어떨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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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안나 - 단편
배수아 원작, 변병준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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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볼 때면 생겨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 때마다 자꾸 내 손을 쳐다보게 되는 버릇이다. 혹시라도 연필심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4B연필로 새까맣게 칠한 스케치북 가운데를 지우개로 그었던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한 줄로 길게 난 하얀 선은 금방 다시 검어졌다...

소외되고 버려진 사람들을 다룬 이 이야기와 이 그림은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만약 이 이야기를 이 그림이 아닌 다른 그림으로 표현했더라도 이와 같은 느낌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한참을 그림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시선을 돌린 이야기에서 나는 또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안나, 노아, 핑크, 그리고 사람들... 모두들 어떤 생각을 갖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그 삶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머리 속을 드나들었고 난 한없이 우울해졌다. 어둠이 계속되면 빛이 나와야 하는데, 이 건 점점 어둠 속으로, 영원한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이 때, 한참을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만나게 되는 빛은 핑크이다. 그러나 밤이고 전쟁이며 노아의 쿠바인, 언니와 소라를 우울해서 해방시켜준다고 안나가 믿는 핑크는 모두의 구세주, 희망 같지만, 결코 진정한 빛은 아닌 것 같다. 왜 내 눈엔 핑크가 형광등처럼 보여질까. 마지막 나레이션 '오래지 않아 잊혀질 이런 날들을, 살아간다'는 담담하면서도 한줄기 희망을 암시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오래지 않아 잊혀질 날들일까? 나는 아직도 믿어야 할지 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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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기사 1
노조 주니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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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많이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전문직을 다룬다는 점에서 꼭 한번 봤으면 했었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막상 읽으면서 실망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우선 참 지루했다. 별로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보고 있으려니-대부분이 대국을 하는 내용, 집중을 해도 왜 저 사람들이 긴장을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눈에 들어오는 건 내용보다 한 장 한 장을 가득채우고 있는 인물들의 얼굴이었다. 어쩜 그렇게도 자세히 그렸을까.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것 같다. 그 얼굴들을 보면서 약간의 두려움까지 느꼈으니 말이다.

결국 몇 권 보지 못하고 손을 떼고 말았다. 32권까지 나왔다면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작품일텐데, 나에게 재미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요인은 내가 장기를 모른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스트 바둑왕'처럼 바둑을 알지 못하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도 있는 걸 보면, 이 책은 처음부터 장기를 꽤 아는 독자를 염두해 두고 만들었던 것 같다. 시작부터 천재기사가 나와 장기를 두니...

전문직을 다룬 만화책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일이나 용어들을 배우는 기회를 심심치 않게 가졌고, 그런 점때문에 일부러 전문만화를 골라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장기가 너무 어렵다는 인식만 갖고 책을 덮은 것 같아 아쉽고 한편으론 좀 더 쉬웠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에 안타까웠다. 후에 장기를 배운 다음 다시 이 책을 보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느껴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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