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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111展 : 서로 사랑하세요 - 김수환 추기경, 사진으로 만나다
김경상 외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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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게 마칠 때까지 서로 사랑하세요.

 

신문 기사를 보다가 모르는 단어를 보면 사전을 찾아보는 편이다.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읽는 신문에서 모르는 단어가 있다는 것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4년 전쯤, 신문기사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 '선종'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사전을 찾아 본 일이 있었다. 종교가 없기 때문에 선종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가톨릭 교회에서 김수환 추기경만큼 모든 국민에게 존경 받는 분이 없어서 단어를 접하지 못한 것 같다.

 

선종: <가톨릭> 임종 때에 성사를 받아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

 

착할 ()에 마칠 ()이라는 한자어를 연결해보면 착하게 마침, 착한 인생을 마쳤다는 뜻이 된다. 내가 국내 최초의 추기경, 국내 종교계의 유명인사로만 알고 있었던 김수환 추기경의 선한 일생을 찾아 본 것은 선종이라는 모르는 단어를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한 일생은 가톨릭 교회의 벽을 허물고 사회로 나온 종교인의 모습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발견한 모습은 대한민국이라는 시대 속에서 국민에게 등불이 된 종교인의 모습이었다. 특정 종교인들에게 선함을 존경 받는 것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힘쓰고 사회 약자들을 돌보는 사회참여적인 활동들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르트르가 말한 지식인의 사회참여처럼 종교인의 사회참여가 내게는 선하게, 절절하게 느껴졌다.

 

『김수환 추기경 111展』은 10명의 필자가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으로 글을 쓴 사진에세이다. 에세이라서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지만 묵직한 흑백사진과 함께 뭉클한 글들이 적혀 있어서 책장이 쉽게 넘겨지지 않았다. 특히 목차 바로 다음,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많이 스쳐 지나갔던 글 옆에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이 따뜻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가슴 벅찬 느낌을 다잡으며 글귀를 곱씹게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사진에세이라는 책으로 묶여있지만 글은 시, 에세이, 편지글이 섞여있고 안타까운 느낌, 김수환 추기경의 따스한 얼굴, 그 분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동이 다르다. 때로는 글을 읽으며 빙그레 웃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참 마음이 큰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예전 법정스님 사찰 방문하셔서

법당 안에서 절을 하신 추기경님.

내심 놀란 법정스님

어떻게 절을 하셨습니까?” 물으시자

스님은 친구의 아버지를 무어라 부릅니까?”

이에 법정스님 추기경님 손 맞잡고

당신은 진정한 성인이십니다.”

 

특히 이 부분은 종교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종교가 없는 내게도 김수환 추기경의 큰 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진은 모두 흑백이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더 안타깝게 느껴지고 안타까움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더 뭉클한 느낌이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무겁게 자리잡고 있었다.  

 

책을 덮으며,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미 선종하신 분이라 직접 육성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 분께서 남기신 책을 사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남기신 따뜻함, 감동, 선함을 읽으며 가슴 속에 무겁게 자리한 뭉클한 느낌을 잔잔하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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