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 2nd Edition
김영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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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를 뽑아서 독립살롱에 전시한 이후로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뒤샹이 <샘>을 전시한 것이 1971년이니까 나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을 쓴 저자가 프롤로그에 쓴 것처럼 때론 쓰레기에 가까운 잡동사니들이 설치미술이란 이름을 꼬리표로 붙인 채 서 있고, 황당할 정도로 못 그린 그림이 가히 폭력적으로 감상자를 노려보기도 한다. 때로는 그 불편한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때로는 그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미'를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도 한다. 


현대미술은 어렵다. 이전의 미술보다 작가가 표현하는 것들이 더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이 더 다양해진 것 같다. 그 어려운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지식도 필요한 것 같다. 과거의 가치를 부정하는 듯한 현대미술을 알기 위해서는 과거 미술에 대한 지식을 미리 담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 어려운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들은 대부분 미술사의 흐름을 주지시키고 딱딱한 문체로 미술을 가르치는 것 같았다.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이란 책은 제목처럼 내용과 문체도 발칙하다. 미술을 여러 가지 상황과 비유하는 것 같은 문장들도 발칙하다 못해 웃음기를 짙게 내포하고 있다. 그 웃음기 가득한 문체 속에 미술사와 미술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어 가볍지만은 않다. 웃기면서도 잘 가르치는 스타강사의 느낌이다. 딱딱한 선생님만 있는 것 같은 미술책들 중에서 이렇게 재미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책을 너무 늦게 찾은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제일 처음 저자가 쓴 글에 공감을 하게 된다. 그 공감을 유도하는 문장은 실제 생활의 비유에서 비롯된 것이고 유머러스해서 다음 문장을 바로 읽게 된다. 다음 문장에서는 미술사적 의미, 예술철학적인 내용이 포함된 지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과 정리로 한 챕터가 마무리된다. 


재미있게 읽었다. 딱딱한, 딱딱할 것 같은 주제를 이렇게 재미있게 쓴 책을 몇 권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저자의 글에 공감하고 웃으면서 너무 쉽게 책을 읽었다. 그림도 포함되어 있어서 너무 빨리 책장을 넘기다 보니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가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짧다는 것. 저자의 자의적 해석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있다는 불안감은 들지 않았다. 해석이 아닌 이야기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좋은 이야기꾼 같은 책이었고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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