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생각에 관한 생각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표지를 장식하는 수많은 찬사에 비하여, 쉽게 읽히지 않는 책입니다. 다만, 현대 경제학에서 빠질 수 없는 행동경제학의 진입을 가능케 한 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베르누이의 명제 ˝경제 이론의 행위 주체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취향에 변화가 없다.˝라는 주류 경제학의 기본적인 토대는 현실경제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지각활동을 크게 두 가지(시스템1 : 빠르게 생각하기-직관, 시스템 2 : 느리게 생각하기 - 사고)로 나누고, 그 관계와 작동원리를 설명합니다. 이어서 직관(시스템1)이 편향에 빠지기 쉽다는 점과 현실에서 통계적 사고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주류 경제학의 기본 논의점과, 나아가 정책 결정에서의 오류를 감소시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합니다(전망이론과 몇가지 조언). 

이 책이 나온 지 (상대적으로 빠른 이 분야의 변화 폭에 비해) 꽤 시간이 지났고, 현재 경제학의 영역 뿐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이러한 시각이 적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으로 평가되었을만합니다. 다만, 저자가 제시하는 주제들을 이어가는 중간중간의 논리들이 조사방법론적으로 부실해보이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간단한 실험으로 아동들을 두 그룹으로 분류하고, 이들이 수십년 후 그 분류기준이 되는 특성에 따라 확연히 결과가 반영된다는 식의 실험결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종적, 질적 연구에 대한 약간은 터무니 없는 조사설계로 보입니다.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사례와 실험으로 분장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또한 직관의 편향에 대하여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이라는 것도 ˝좀 더 주의하라.˝라는 식이어서 다소 막연해 보입니다. 즉,˝ 시스템1은 편향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언급은 결국 시스템2로의 자연스러운 이행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더불어 인간의 직관이 인류문명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피타고라스, 갈릴레이, 칸트, 아인슈타인의 사례 등), 그리고 직관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들을 고려해 본다면, 통제되어야 할 대상도 아닐 뿐더러 통제 자체도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더불어,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자기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견해를 이 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심리학, 자기계발, 경제경영 분야와 사회과학 유사 분야의 책들을 보면, 그 책에서의 논점을 그 분야를 넘어 적용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에서도 결론부분에서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로 풀어가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다양한 방법과 노력으로 조금 더 진리에 다가갈 순 있겠지만, 하나의 논점으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것 또한 유한한 인간의 과욕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앞서 지적했던 ˝과학˝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관찰, 가설설정, 조사설계, 반증가능성 등 방법론적 요건들을 갖추었다고 과연 그걸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관념론으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과학으로 천명되는 많은 학문의 영역들이 과학 흉내를 내는 이전의 관념론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성을 퇴색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과학이 아니더라도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하는 수많은 가치들과 도구들이 있지만, 일견 과학적(객관적) 수치들로 보이는 결과물들로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논리에 현혹시키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요즘들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설문조사와 통계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결국은 그걸 수용하는 사람이 비판적으로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읽어낼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마이리뷰] 순교자 (양장)

순교자 (양장)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당신은 왜 모든 것을 그냥 내버려 두셨습니까?˝ 하고 신부는 가냘픈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당신을 위해 만든 마을까지도 당신은 왜 불타도록 내버려 두셨습니까? 사람들이 내쫓길 때에도 당신은 그들에게 용기를 주시지 않고, 이 어둠처럼 왜 그저 침묵만 지키고 계셨습니까? 왜? 그 왜라는 이유만이라도 가르쳐 주십시오...｀. 페이지171,<침묵>, 엔도 슈사쿠

욥의 고난을 말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땅에 닥친 불행은 이보다 덜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말씀으로 결국 구원받는 욥에 비하면, 어둠과 무지에 스러져 간 수많은 영혼들은 축축한 땅에 제대로 묻히지도 못했습니다.
6.25 전쟁 직전 평양에서 발생한 목사들에 대한 집단고문과 살인 사건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전모를 풀어가는 <순교자>는 위에 인용된 질문을 여기 우리의 목소리로 되묻습니다. 약한자들에게 사상과 종교는 무엇을 의미하며, 이들에게 무엇으로 평화를 줄 수 있을까요. 아니, 고통만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명징한 구성과 전개, 인물 내면과 인물간의 갈등에 대한 훌륭한 묘사도 들 수 있겠지만, 결국 영혼의 부르짖음, 이 땅의 불행에 대한 신을 향한 인간의 부르짖음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100자평] 역사와 책임

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한홍규 교수님의 역사비평집.
세월호 참사 내용을 중심으로 ˝역사는 책임지는 자의 것이다.˝라는 주제를 풀어갑니다.
이외에도 현대 한국사회 병폐의 근원이 되는 역사적 사실들을 인물과 함께 되짚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