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 -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10개의 시선
배윤민정 외 지음, 자본-여성-기후 연구 세미나 기획 / 한티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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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저자들이 각자 자기 살의 자리에서 자본-여성- 기후 연구 세미나를 통해 공부하고 실천했던 내용을 소개한 책이다. 


올 여름 극심한 무더위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절망했던 나는 인류의 삶이 절망을 향해 간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의 폭주를 멈추기 어려울 거라 단정했다. 그러나 저자들의 일상에서부터 실천하는 노력들에 내가 얼마나 오만했던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신념은 단단하고 허물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자기 모습에서 절망을 봤다. 그러나 힘세고 사나운 용기를 내보자는 저자들은 두부처럼 물컹해서 손에 잡아 부숴도 빠져나가는 신념으로 조금씩 주변을 바꿔 나가고자 한다. 나는 그것이 우리 삶을 장악하는 자본주의에 발이라도 걸어보는 실천으로 보인다.

 

완벽한 채식을 할 수 없어도, 기후위기 활동에 투신할 수 없어도, 모든 전기코드를 다 뽑아 둘 수 없어도, 자본에 대한 욕망과 물신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어도, 인간 중심 가부장제 자본주의가 주입한 가치와 기준들에 대해 불신할 수는 있다. 체제 변화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지라도, 이 끔찍한 세상을 살아 내고 있는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 수 있다. 자신을 향했던 의심의 화살을 자본주의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향해 겨눠야 한다.” (156)

 

우리의 싸움은 결코 새롭지 않은, 오래 묵어 온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지만 익숙한 일들을 반복하면서 익숙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96

 

우리는 서로에게 응답한다. 그 응답은 완전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실뜨기란 보편성과 개별성이 아니라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연결을 가지고 세계들을 결합하고 변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136

 

익숙하게 겪어 온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불신을 나에게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체제로 향하게 하는 것. 그렇게 마음을 다시 다잡아 보게 된다.

우리의 싸움은 결코 새롭지 않은, 오래 묵어 온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지만 익숙한 일들을 반복하면서 익숙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96

연결이 상품이 되는 세상이 괜찮은 걸까? 아니, 그렇게 따지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든 일이 다 문제가 아닌가? 아이 씨, 나는 왜 자꾸 이런 생각을 하지? 돈을 벌 자신이 없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삐딱하게 보는 걸까? 패배자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점하려고 하는 걸까? 119

내 스스로가 폭력과 죽음의 정치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그 순간을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용기’를 기꺼이 증여할 수 있기를. 211


어쩌면 신념은 그런 것이 아닐까? 단단하기보다는 물컹한 것. 스몰토크와 농담처럼 나도 몰래 옆에 있는 것. 그렇게 생활이자 일상인 것. 그런 것들은 스륵 스르륵 빠져나가서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신념은 그래서 오히려 두부같이 물컹하다. 손에 잡아 부숴도 빠져나가고, 거기다 두부는 맛있기까지 하잖아.227

우리는 서로에게 응답한다. 그 응답은 완전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실뜨기란 "보편성과 개별성이 아니라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연결을 가지고 세계들을 결합하고 변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 새로운 패턴을 만들고 때로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이어진다. 우연한 응답은 예측 불가능한 문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기쁨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연결을 생산해 낸다. 136

완벽한 채식을 할 수 없어도, 기후위기 활동에 투신할 수 없어도, 모든 전기코드를 다 뽑아 둘 수 없어도, 자본에 대한 욕망과 물신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어도, 인간 중심 가부장제 자본주의가 주입한 가치와 기준들에 대해 불신할 수는 있다. 체제 변화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지라도,이 끔찍한 세상을 살아 내고 있는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 수 있다. 자신을 향했던 의심의 화살을 자본주의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향해 겨눠야 한다. 156

우리는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처럼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존재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인수공통 감병 질병을 겪으며, 환경과 개개인이 상호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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